전직 삼성증권 팀장은 거의 대부분의 질문에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해 재판이 난항을 겪고 있다. 수사 내용이 워낙 방대하고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어 판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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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날 오전 한 씨에게 2014년 7월 작성한 ‘그룹 지배구조 이슈’ 문건을 보이며 “고 이건희 회장이 같은 해 5월 쓰러진 것을 고려해 2012년 작성했던 프로젝트 G를 업데이트한 것이 맞냐”고 묻자 한씨는 “정확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고 요청에 따라 문건을 작성했던 것 같다”고 답변했다.
검찰은 “상속세 재원 조달에는 승계된 주식을 매각해서 재원 조달이 필요할 땐 지배구조 변수로 고려해야한다고 기재돼 있다”며 “법정 상속 이슈에 대해선 이부진, 이서현 두 자매가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한다는 중심으로 기재돼 있다”며 이건희 전 회장 와병 직후에 이재용 부회장 1인 승계 또는 법정 지분율에 따라 세 남매 모두 상속받는 경우 등으로 구분했다고 했다.
한씨는 “배경은 잘 모르겠다”며 “계열분리 등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 하기 위해 가정해보고 검토해보자는 취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에도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검토 요청을 주고 받은 이메일 등을 하나하나 보이며 자료에 대해 질문했지만 한씨는 대부분 “구체적인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당초 이 재판은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만 368권, 약 19만쪽에 달하는데다 삼성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이 재판이 3~5년은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재판이 끝이 아니다. 이 부회장이 피고인은 아니지만 직·간접적으로 삼성전자서비스와 애버랜드의 노조와해 사건 항소심도 연루돼 있다. 또 최근에는 삼성그룹이 급식회사 삼성웰스토리를 부당지원한 혐의에 대해 조사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인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태스크포스장(사장) 등을 고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부회장은 고발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삼성을 둘러싼 재판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