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개발분야 여성 최초' 수식어.. 김유미 삼성SDI 부사장

[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4일 삼성그룹 임원인사에서 개발분야 최초로 여성 부사장에 오른 김유미 삼성SDI(006400) 부사장의 별명은 ‘배터리와 결혼한 여자’다.

김유미 삼성SDI 부사장.

삼성SDI가 글로벌 시장에서 2차전지 1등기업으로 올라서는데 입지를 다진 인물이 바로 김 부사장이다. 김 부사장이 배터리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2년이다.

김부사장은 83년 대학원 2년차에 대덕연구단지 화학연구소 공채로 입사했다. 화학연구소에서 전지 소재를 연구하던 김부사장은 이후 표준연구소 전기화학실로 직장을 옮겼다. 그러던 중 삼성이 2차 전지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시작한 1996년, 김 부사장을 영입했다.

김 부사장은 그때를 “삼성에서는 가능할 것 같았다”는 말로 회상했다.

보통 연구소의 기술과 제품이 실제 판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지만 삼성에서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김 부사장은 직접 연구한 2차전지가 실제 제품으로 판매되는 것을 보고 싶었다.

김 부사장은 “일본이 주도하던 시장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제품을 삼성에서 개발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심장이 뛰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삼성SDI의 2차전지는 모두 김 부사장의 손끝을 거쳐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부사장은 원통형과 각형, 폴리머 전지까지 개발의 주역으로 활동했다.

지난 1998년 삼성SDI가 원형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설치한지 6개월 만에 세계 최고용량의 1650mAh를 개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개발의 주인공도 김 부사장이다.

이번 승진으로 ‘최초 여성 개발자 부사장’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된 김 부사장은 사내에서 또 다른 기록을 갖고 있다. 바로 항공기 최다 탑승기록이다. 세계 곳곳의 생산현장과 연구현장을 방문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김 부사장은 뛰었다.

이번 승진을 두고도 김 부사장은 “내가 한 일은 아주 작은 부분”이라며 겸손함을 표했다. 회사가 2차전지를 미래수종사업으로 적극 밀어줬기에 세계 1등이 가능했다며 공을 돌렸다.

김 부사장은1962년생으로 대전여고, 충남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삼성SDI 중앙연구소장과 자동차전지사업부 개발팀장, 소형전지사업부 개발실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