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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만 해도 세계 2위였던 초고속인터넷 속도 순위가 올해 7위까지 떨어졌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인터넷 속도 측정 사이트 ‘스피드테스트’를 운영하는 우클라가 지난 9월 8일 자사 웹사이트에 발표한 초고속인터넷(Fixed Broadband)다운로드 평균속도’ 순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 속도 세계 순위는 7위로, 지난해 4위보다 3계단 낮아졌죠.
2019년에는 싱가포르에 이어 2위였는데, 2020년에는 싱가포르, 홍콩, 태국에 이어 4위를 기록하더니 2021년에는 모로코, 싱가포르, 홍콩, 태국, 루마니아, 스위스에 이어 7위에 그쳤다는 겁니다.
해당 조사에서는 다만, 모바일인터넷 속도(Mobile download speed)에서는 올해 우리나라 순위는 2위로 지난해와 같았습니다. 1위는 2년 연속 아랍에미리트였습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조사 결과, 속도를 측정하지 않고 개통하거나 최저보장속도에 미달한 채 개통한 사례가 발견돼 초고속인터넷 속도에 어느 때보다 민감한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우클라의 이번 발표는 여러 면에서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①속도 측정 방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고 ②다운로드 속도 순위만 발표됐을 뿐 국가별로 속도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③무엇보다 우리 정부의 조사 결과와도 일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①서버 호스팅 방법으로만 알려져…조사 방법론 불투명
우클라는 서버 호스팅 방법으로 전 세계 다운로드 속도 순위를 평가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속도 측정값이 달라지는 각 나라에 설치된 서버의 용량이 어떤지, 동시 접속자 수가 어떤지는 알 수 없죠. 또,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에 따라 측정값이 다르게 조사될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태국이 높게 나온 이유에는 낮은 인터넷 보급률을 언급하기도 합니다.
②순위만 있고, 국가별 속도 수치는 알기 어려워
어떤 조사 방법을 썼느냐 뿐 아니라 국가별 속도도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초고속인터넷의 범주를 통상 부르는 초고속인터넷 (100Mbps급)으로만 했는지, 기가인터넷(500Mbps급, 1Gbps급)까지 포함했는지도 명확하게 알기 어렵습니다. 국가별로 서비스 가입 양태가 다를텐 데 말이죠.
지난해 12월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자료에 따르면 500M급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471.91Mbps, 1Gbps급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972.38Mbps였죠. 이는 이용자 상시 평가 결과였습니다.
조사 방법은 ▲(평가대상)유선인터넷 5개 사업자(KT, SKB, LGU+, LG헬로비전, 딜라이브)의 1Gbps급, 500Mbps급 망구간에 대해 ▲(평가 단말) 기가인터넷 이용이 가능한 이용자 댁내 PC에서 ▲(측정방식) NIA 품질측정사이트를 통해 직접 측정하는 방식이었죠. 평가기간은 ▲(평가 시기)2020년 1월 1일 ~ 11월 30일(11개월)이었습니다.
이와 별개로, 100Mbps급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99.42Mbps(’19년 99.27Mbps)였는데, 이용자 상시 평가가 아니라 정부가 관여한 각사의 속도 평균값이라고 표시돼 있습니다.
다만, 우클라가 수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해왔다면, 큰 트렌드는 부정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③2019년, 2020년 정부 조사 결과 속도는 비슷한데
우클라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 세계 순위는 2019년 2위→2020년 4위 →2021년 7위가 됩니다.
그런데 2020년 말과 2019년 말 발표된 과기정통부 품질평가 자료를 살펴보니, 2019년과 2020년 초고속인터넷 (100Mbps급)의 속도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과기정통부 2019년 12월 23일 발표자료에 따르면 ‘사업자 자율로 진행된 초고속인터넷(100Mbps)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99.27Mbps’였고, 2020년 12월 30일 발표 자료에서는 ‘초고속인터넷 (100Mbps급)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99.42Mbps’라고 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속도가 유사하게 나왔다면, 다른 나라들이 치고 올라간 걸까요? 이는 알기 어렵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해외 사설 시장조사업체들이 국가별, 통신사별 유무선 속도 측정을 비교해 발표하는 사례 중 상당수는 상업적 사용을 목적으로 하거나 공인되지 않은 독자적 방법으로 측정을 진행해 발표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우클라가 속도 측정 기준을 밝히지 않아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연말 정부의 속도 측정 관심…2년째 제자리인 속도는 반성해야
결국 믿을 곳은 대한민국 정부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 말 발표될 2021년 초고속인터넷 속도 측정 결과를 살펴봐야 할 듯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초고속인터넷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기가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시작했음에도 정부 자료에서도 2019년과 2020년의 초고속인터넷 속도가 유사하다는 점은 국내 통신사들이 유선 인프라 투자에 소극적이지 않았나 반성할 대목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