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지난달 25일 김남국 방지법(국회법·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현직 국회의원들이 법망을 빠져나갈 구멍이 상당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상자산을 의무 등록하는 내용을 담은 세부 규칙과 처벌 규정이 쏙 빠진데다 소급 적용 문제 등으로 현재 보유 중인 가상자산을 처분 시 등록 재산에 포함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상자산 재산 등록 관련한 법안의 세부사항이나 규칙이 제대로 규정되지 않아 사실상 현직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내역에 대한 현황 파악이 불가능하다”며 “국민권익위원회 차원에서 전수조사가 가능하도록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양당은 개인정보 동의서를 서둘러 제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국회의원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전수조사 이행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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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앞서 김남국 코인 사태 이후 20여 일만에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등록 및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공직자윤리법과 국회법 개정안을 찬성률 100%라는 압도적 가결로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법망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국회법 개정으로 21대 국회의원은 2020년 임기개시일부터 2023년 5월 31일 기간 동안 본인과 배우자, 직계존비속이 보유한 가상자산 및 변동 내역을 6월 말까지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하도록 했다. 하지만 해당 위원회는 등록을 했는지 심사하거나,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벌칙 조항을 세부 규칙에 제정하지 않아 제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오는 12월부터 시행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도 현 시점에서 보유 중인 가상자산을 모두 처분하면 2024년 재산등록과정에서 공개할 재산 공개 내역에서 빠지게 된다.
만약 김남국 의원이 현재 본인이 보유한 수십억원의 가장자산을 연말까지 모두 처분하면 내년에 관련 코인 거래내역과 보유 자산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이 개정안의 경우 부칙으로 올 1월 1일 이후에 이뤄진 거래를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신고 내용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는 문제도 있다. 또 2020년 4월 임기 시작 후 2022년 말까지 2년 6개월여 동안 거래 내역은 알 수 없다는 허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앞선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한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가상자산 전수조사 결의안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지난 2021년 당시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가 발생, 각 당의 의뢰로 권익위 차원에서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보유내역을 전수조사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선 국회의원 전원이 직접 자진 신고를 하고 권익위 조사를 위해 개인정보동의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정의당, 기본소득당를 제외한 국민의힘, 민주당 양당은 아직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미적거리고 있다.
용혜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데일리와 만나 “가상자산 관련 법은 개선해야 할 점이 많아 추가 개정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원 스스로 자진 신고하고 권익위가 이를 조사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아직 양당은 전혀 움직임이 없다”며 “구속력이 없는 결의안을 양당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전수조사 자체가 물 건너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