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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업계에 따르면 로이터통신은 지난 15일(현지시간) “TSMC가 애초 100억~120억 달러(11조~13조 원)를 투자해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5나노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계획했지만, 지금은 ‘3나노’ 공장 설립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달 초 TSMC가 애리조나에 1개의 공장을 지으려고 했으나 미국의 요청에 따라 최대 6개로 늘린다고 보도한 바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3나노 생산 라인 하나를 구축하는 데만 230억~250억달러(25조~28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TSMC가 지난해 공개한 애리조나 공장 투자액을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앞서 TSMC는 지난달 1일 향후 3년간 전체 반도체 생산 라인 증설에 1000억달러(약 11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애리조나 피닉스에 3나노 공장을 지을 경우 투자금의 상당 부분이 이곳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TSMC는 3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은 대만 현지에서만 운영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대만 내 가뭄과 정전이 계속 되는 데다, 최근 조 바이든 정부가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강화 압박에 나서며 지원책을 내놓자 이에 적극 화답하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더욱이 3나노를 넘어 차세대 기술인 ‘2나노급’ 반도체 공장 건립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대만 타이베이타임즈는 대만 정부 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TSMC가 애리조나에 향후 10년에서 15년 안에 건설될 차세대 2나노 이하의 차세대 반도체 공장 건립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삼성 ‘20조원’규모 증설예상…투자확대 여부 주목
TSMC가 적극적인 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의 투자 방향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미국 정부의 요청을 신경 써야 할 뿐 아니라 단순히 업계 경쟁 차원에서도 1위인 TSMC에 대한 추격의 고삐를 당겨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TSMC가 미국 정부에 적극 화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삼성전자도 기존보다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3일 정부의 ‘K-반도체’ 전략에 맞춰 기존 계획보다 38조원을 늘린 171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처럼 미국 내 투자 규모도 더 늘리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미국의 압박을 떠나 파운드리 업계 경쟁 관계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연일 투자 확대를 발표하고 있는 TSMC를 넋 놓고 바라보고만 있을 순 없는 상황이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4%, 삼성전자가 17%를 차지해 작지 않은 격차가 존재하는 만큼, 추가 투자에서도 격차가 벌어지면 삼성전자 입장에선 자칫 추격의 고삐를 놓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시스템 반도체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을 미뤄봤을 때 미국 투자 계획도 매듭 지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파운드리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추격자 입장인 상황에서 투자규모에 따른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상당 기간 격차를 좁히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