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징적인 점은 한은이 다소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특히 내년 1월 발표할 성장률과 물가에 대한 경제전망치를 하향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인정하면서도 추가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구조개혁을 강조하고 나섰다.
선제적이어야 하는 금리정책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망 하향수정이 불가피함을 말하면서도 정작 통화정책방향에서는 그에 대한 시그널을 찾아볼 수 없어서다.
내년 1분기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 내지 압력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정책이 그간 정부와 시장 의사를 추수(追隨, 비판 없이 남의 뒤를 따른다는 뜻)하기 바빴다는 점에서 한은이 과연 이같은 압력을 이겨낼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일단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가금리 인하보다는 한은과 같이 구조개혁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비빌 언덕으로 보인다.
내년 경제성장률 3.5%, 물가 1.8% ‘가시권’
국제유가가 50달러대 진입을 초읽기 중이다. 한은이 10월 전망 당시 원유도입단가 전제치가 올해 105달러 내년 99달러였다는 점에 비춰보면 한은 전망 발표이후 원유가가 급락세를 지속한 셈이다. 한은은 지난 10월 전망 당시 내년 경제성장 및 물가 전망치를 연간 3.9%와 2.4%로 봤었다.
따지고 보면 이같은 상황은 이미 지난 전망발표 당시부터 예견돼 있었다. 한은 전망 발표시에도 국제유가가 85달러선을 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과 관련해서도 이 총재는 하향 수정이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KDI가 내년 성장률을 3.5%로 전망했고 일부 민간 기관에서는 3%가 안될 수도 있다는 질문에 그는 “변화가 있으면 전망치가 바뀔 수밖에 없는데 지금까지 변화를 보면 3.9% 전망을 그대로 유지하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로 등이 성장전망치를 낮추는 등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잠재성장률 또한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 총재는 “잠재성장률이 분기별로 바뀌는 상황이 아니다”고 전제하면서도 “장기적인 방향이나 추세로 보면 잠재성장률은 낮아지는 흐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진전에 따른 인구구조 문제, 글로벌위기 이후 투자부진이 이어져온 것을 감안하면 방향자체는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 및 경제발전단계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
KDI 디플레 주장 반박, 추가 인하엔 부정적..구조개혁 강조
최근 KDI가 디플레 우려를 빌미로 중앙은행이 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 이 총재는 이를 사실상 반박했다. 이 총재는 “디플레가 우려돼 중앙은행이 나서야 한다는 것은 과다하 본다”고 밝혔다.
통화정책, 선제적이지도 소통도 없었다
물가상승률 하락 조정이 불가피함을 인정하고도 그에 가장 영향을 받는 마이너스 GDP갭에 대한 통방문구 수정이 없었다는 점은 이색적이다.
한은은 그간 누누이 통화정책은 선제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해 온바 있다. 파급시차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GDP갭 마이너스가 여전히 내년 하반기 플러스로 돌아설 수 있다고 본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전임 김중수 총재시절부터 최근 이 총재까지 마이너스 GDP갭의 확대 내지 연장이 금리인하의 빌미가 돼 왔었다.
성장률은 물론 물가전망 실기에 한은에 대한 비난이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이참에 경기 판단까지도 실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내년 1월 경제전망 하향수정과 함께 통방문구의 변화도 불가피해 보인다. 시장 기대처럼 추가 인하까지 단행된다면 한은 신뢰성은 또다시 추락할 수밖에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