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나는 경계에 실패했다" 반성

5일 홈페이지 통해 "오지철·장복심" 관련 발언 해명 및 언론보도 비판
  • 등록 2004-07-05 오후 9:06:01

    수정 2004-07-05 오후 9:06:01

[오마이뉴스 제공] 장복심 의원의 금품로비 의혹과 오지철 전 문화관광부 차관의 교수임용 청탁과 관련한 발언이 공개되면서 언론과 네티즌들부터 심한 질타를 받은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이 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저는 경계에 실패했습니다"라는 제목의 반성문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유 의원은 장 의원과 오 전 차관 건과 관련해 "나도 장 의원에게 100만원을 받았는데 그 정도 후원금이 문제가 되느냐", "교수 임용에 지원하면서 전화 안하는 사람이 있느냐, 그걸 갖고 진정을 내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내느냐"고 한 발언이 지난 2일 <조선일보> 인터넷판에 실리면서 파문은 급속도로 확산됐고, 유 의원은 언론과 네티즌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다. 유 의원은 본인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용인에서 열린 중앙위원 워크숍 휴식시간 때 평소 친분이 있었던 한 방송사의 기자와 나눈 잡담이었다"며 "그것을 조선일보 기자가 엿듣고 기사를 썼다"고 발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무게 있게 보도될 만한 것은 아니었음을 강변했다. 이어 그는 "5년째 지켜온 원칙이지만 나는 조선일보 기자와 단독으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인터뷰를 하지 않고, (당시에도) 조선일보 기자가 그 잡담을 듣고 있는지도 몰랐다"며 "(조선일보에 기사화 돼 파문이 인 것은) 내 실수로서 앞으로는 잡담을 할 때도 주변에 조선일보 기자가 있는지 꼭 확인하고 말을 해야 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것이 모두 "경계를 소홀히 한 채" 별 쓸데없는 잡담을 기자들과 주고받은 내 잘못"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나에게는 발언의 취지를 묻지 않은 채 조선일보 기자가 엿듣고 쓴 거두절미 인용문을 일점 일획 남김없이 진실로 인정하고 인용해서 나를 정신나간 사람처럼 힐난한 다른 신문사의 기자와 논설위원들에게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또한 그는 "(나를 힐난한 언론사들의) 간부들도 내게 국회의원 후보 공천과 관련한 청탁을 했는데, 그 모든 청탁을 한 분들의 실명과 소속 언론사를 까발리면서 신문사의 도덕성을 거론하고 언론기관이 권언유착을 시도한 것이라고 규탄한다면 당신들은 고개를 끄덕이겠느냐"며 "조선일보 기사의 진실함을 그토록 신봉하는 그대들의 그 동업자 의식이 놀랍다"고 언론사들의 이중적인 태도를 역(逆)비판했다. 이러한 유시민 의원의 글이 실리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찬반 양론의 댓글이 쏟아졌다. "반시민"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경계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반성에 실패한" 것 아니냐"며 "취중진담이든 뼈 있는 농담이든 자신의 속생각이 언어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니 변명하지 말고 반성하라"고 비판했다. 반면, "자유인"이라는 네티즌은 "더 큰 일을 하기 위한 과정 중에 시행착오를 겪으셨다 생각한다"며 "자중자애하길 바라며 건투를 빈다"고 말했다. 다음은 유 의원이 홈페이지에 올린 "반성문" 전문이다. "저는 경계에 실패했습니다" - 오지철, 장복심, 인사청탁, 인사추천, 그리고 조선일보에 대하여 졸지에 언론의 지탄 대상이 되고 말았다. 문화부 차관 인사청탁 파문과 장복심 의원의 소위 돈 공천 의혹과 관련한 내 발언 때문이다. 최초 보도는 조선일보가 했지만 문화일보 등 다른 신문을 거쳐 오늘 아침에는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까지 나를 정신나간 사람 취급하는 사설과 데스크 칼럼을 내보냈다. 반박하거나 변명하기는 싫다. 하지만 내 발언의 취지와 우리 사회의 위선적 풍토에 대해서는 내 입장을 밝히고 싶다. 7월 2일 오후 6시17분 조선일보 인터넷판에 안용균 기자의 첫 기사가 떴다. "나도 장 의원한테 1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의원들끼리 그 정도 후원금 주고받는 게 문제가 되냐. 친한 사람끼리는 100만원 정도면 세금을 낼 필요도 없는 일종의 증여로도 볼 수 있는 것이고, 친한 중앙위원회 사람들끼리는 돈을 줄 수도 있다. 교수 임용에 지원하면서 전화 안하는 사람 있냐. 로비 받은 사람이 그냥 전화 받고 "그러세요" 하고 끊으면 되지, 그걸 가지고 무슨 진정을 내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일면에 싣고, 그게 무슨 기사거리나 되냐." 이것이 안 기자가 따옴표를 쳐서 인용한 내 발언이다. 나는 조선일보 안용균 기자한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용인에서 열린 중앙위원 워크숍 휴식시간에 모 방송사의 친한 기자와 잡담을 나눈 것을 그가 "엿듣고" 기사를 쓴 것일 뿐이다. 그러니 내 말의 진의가 그대로 보도될 리가 없다. 내가 잡담을 나눈 방송사 기자는 제법 낯이 익은 사이인데다가 농반진반 나누는 잡담을 기사화 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믿고 농담을 나누곤 한다. 하지만 나는 조선일보 기자와 단독으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 5년째 지켜온 원칙이다. 나는 안용균이라는 조선일보 기자가 그 잡담을 듣고 있는지도 몰랐다. 통신사의 다른 기자가 거기 있었지만 그 역시 그 날의 잡담을 기사화하지 않았다. 내 실수다. 앞으로는 잡담을 할 때도 주변에 조선일보 기자가 있는지 꼭 확인하고 말을 해야 하겠다. 말 나온 김에 사실 관계와 내 발언의 취지를 다시 한 번 밝혀두는 것이 좋겠다. 장복심 의원은 열린우리당 창당 중앙위원이다. 그는 작년 11월 17일 내 후원회에 와서 100만원을 후원했다. 실무자들이 영수증을 끊었다. 나중에 후원자 리스트를 보니 액수가 100만원이어서 다음 중앙위 회의 때 큰돈을 후원해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자기는 지역구 출마를 하지 않으니까 그 정도 여유는 부릴 형편이 된다고 했다. 그게 전부다. 당시에는 비례대표 공천 방법도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후원금을 공천과 연관시킬 이유도 없었다. 나는 또한 비례대표 선정위원회에 들어가지 않았고, 비례대표 선정의 문제점에 항의하는 뜻으로 순위확정 투표도 거부했다. 그런데도 언론보도를 보면 마치 장복심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을 눈앞에 두고 나에게 돈을 준 것처럼 보인다. 나로서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증여니 뭐니 하는 것도 다 반 농담이었다. 이런 일은 실제로 있다. 없는 살림에 비행기 타고 서울까지 회의 참석하러 오는 중앙위원들이 있었다. 형편이 좀 넉넉한 중앙위원 가운데는 개인적으로 친하고 속사정을 잘 아는 경우 여비에 보태라고 돈 100만원 정도 주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런 것을 불법 정치자금이라고 검찰이 손을 댄다면 어떻게 되나. 그런 경우 증여세 부과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 소액이니 문제될 것이 없지 않느냐. 그런 취지의 말을 한 것뿐이다. 나는 장복심 의원 사건을 동아일보가 이틀 연속 1면에 대서특필한 것은 장 의원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실행한 일종의 정치공작적 보도행위가 아니었나 의심한다. 이런 취지로 말한 것을 조선일보 기자는 그 가운데 몇 대목을 엿듣고 거두절미해 기사를 만든 것이다. 내가 정말 잘못했다. 조선일보 기자 근처에서는 절대 무슨 말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말이다. 다음은 인사청탁 문제에 관해서다. 나는 그 날 방송사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 사회의 위선과 이중성을 지적했다. 정진수 교수와 비슷한 방법으로 말해 보자.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는 과정에서, 지역구 공천과 비례대표 공천을 하는 시점에서, 공천심사와 아무 관계없는 나도 수없이 많은 인사청탁을 받았다. A신문사 고위 간부는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해 후보 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 있는 어떤 후보의 구명을 부탁했다. B신문사의 어떤 간부도 과거 자기 회사에 몸담은 적이 있는 비례대표 후보 신청자가 공천을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C방송사의 간부도 비슷한 부탁을 했다. D종교단체와 E종교단체의 높은 분들도 각자 자기네 교단과 관계 있는 후보의 공천을 도와달라고 했다. 대부분 개인적 청탁이었다. 청탁한 분들 중에는 아주 잘 아는 사람도 있었고 그저 한두 번 만난 데 불과한 사람도 있었다. 그 후보자에 대한 의미 있는 정보를 그 부탁과 함께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이런 청탁을 그 신문사나 방송사나 종교단체의 "도덕성"과 연결짓지는 않았다. 폭로하지도 않았다. 그것을 그 분들이 속한 힘있는 기관의 청탁이 아니라 후보자를 정확히 아는 분들이 한 개인적 인사 추천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누군가가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를 약속했거나, 또는 그가 정치인으로서 또는 자연인으로서 내가 거부하기 어려운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라면 그건 "청탁"이 될 것이다. 그 분들에게 돌려드린 내 대답은 언제나 같았다. "네 고맙습니다. 그 후보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제게는 아무 권한도 없지만 한 번 눈여겨보겠습니다. 심사위원회에서 공정하게 할 것이니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공천심사 결과가 나왔다. 몇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기에 순위확정위원으로서 투표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불참 의사를 표명했다. 정동영 당시 당 의장과 고위 간부들이 전략후보로 선정한 12인을 전원 인준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나는 중앙위원들과 함께 토론한 끝에 지도부가 선택한 후보 한 사람의 인준을 부결시켰다. 나는 당 지도부를 포함하여 나에게 후보 공천과 관련한 부탁을 한 분들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분들은 나에게 어떤 사람을 공천하면 우리당에 좋은 이유를 설명하고 그 후보의 장점을 알려주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나에게 그에 따른 이익을 약속하거나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협박하지 않았다. 이것이 추천과 청탁의 차이다. 대학교수 임용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도 이것과 비슷하다. 교수를 공채하는 경우 칼자루를 쥔 것은 심사교수들이다. 이들이 지원자 가운데 특정인을 잘 알 경우 그 지원자는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모교 출신과 서울대 출신으로 자리를 나눠먹는 대학이 많다. 심사위원 교수와 개인적 친분이 없는 지원자들은 이런저런 연줄을 찾아 심사위원들에게 자신에 대한 좋은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나쁘게 보면 다 인사청탁이지만 좋게 보면 지원자에 관한 정보를 심사위원에게 전달하는 인사추천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현직 대학교수 가운데 임용 당시 심사위원들과의 학연과 지연, 힘있는 사람을 동원한 청탁, 학교발전기금이라는 명목의 현금 제공과 전혀 무관한 사람, 오로지 실력 하나로만 임용된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의심한다. 오지철 차관과 정진수 교수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내가 정진수 교수와 같은 상황에 있었다면 오 차관의 전화를 받고 난 다음에 따로 만나서 그렇게 긴 이야기를 나누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 차관이 공무원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면, 정 교수 역시 교수 임용의 칼자루를 쥔 사람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이다. 만약 녹음 테이프가 있다면 온 국민이 다함께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용인 중앙위원 워크숍 행사장 복도에서 함께 잡담을 나누었던 방송사와 통신사의 기자는 내 잡담을 잡담으로 받아주었다. 그러나 나와는 일면식도 없기에 거기 있는지조차 몰랐던 조선일보 안용균 기자는 몇 마디 엿들은 것을 그럴듯한 기사로 만들어냈다. 훌륭하다. 한나라당이라는 정치위원회를 거느리고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기사로 만들어내는 그 집요함과 프로 정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 이것이 모두 "경계를 소홀히 한 채" 별 쓸데없는 잡담을 기자들과 주고받은 내 잘못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발언의 취지를 묻지 않은 채 조선일보 기자가 엿듣고 쓴 거두절미 인용문을 일점 일획 남김없이 진실로 인정하고 인용해서 나를 정신나간 사람처럼 힐난한 다른 신문사의 기자와 논설위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의 회사 간부들도 나에게 국회의원 후보 공천과 관련한 청탁을 했다. 어디 내게만 했겠는가. 그 모든 청탁을 한 분들의 실명과 소속 언론사를 까발리면서, 신문사의 도덕성을 거론하고 언론기관이 권언유착을 시도한 것이라고 규탄한다면 당신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비난을 받아들이겠는가. 나는 조선일보 기사의 진실함을 그토록 신봉하는 그대들의 그 동업자 의식이 놀랍다. 조선일보가 공연히 "1등신문"이 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열린우리당을 아껴주시는, 아껴주다가 실망하신 모든 국민들에게 사과드립니다. 모두가 다 저의 불찰입니다. 앞으로는 이렇게 멍청하게 당하는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 제가 인격 수양이 부족해서 생긴 일입니다.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2004년 7월 5일 경계에 실패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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