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인플루언서 '검은부엉이' 송치...후기만 5TB

성매매 업자들...검은부엉이에 리뷰 부탁
건당 10만~40만원
  • 등록 2024-09-09 오후 2:18:54

    수정 2024-09-09 오후 2:18:54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성매매 업주들로부터 금품을 받고 자신의 성매매 장면을 촬영한 뒤 이를 후기 형식으로 온라인에 올린 30대가 붙잡혔다. 경찰이 압수한 영상만 5TB(테라바이트)에 달한다.

나무위키 내 '검은 부엉이'를 설명하는 하위항목. 경찰 수사로 현재는 삭제된 상태. (사진=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기남부경찰청은 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 및 성폭력 범죄의 처벌법(카메라 등 이용촬영) 위반 등 혐의로 ‘검은 부엉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30대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 강남 등 수도권의 성매매 업소 수백여곳에서 성매매를 한 뒤 해당 장면을 촬영해 성매매 광고 사이트에 후기 형식으로 올리고, 업주로부터 건당 10만~4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은 부엉이는 지식정보 사이트 ‘나무위키’ 세부 항목에 별도의 등재가 돼 있을 정도로 성매매 관련 쪽에서는 유명한 인물로 알려졌다. A씨는 자신의 성매매 영상을 직접 촬영해 편집한 뒤 온라인에 ‘업소 후기’ 또는 ‘업소 탐방’ 형태로 성매매 광고사이트에 게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업주들은 마치 인플루언서에게 제품 리뷰를 부탁하는 것처럼 A씨에게 건당 10만∼40만원을 주고 업소와 성매매 여성에 대한 후기를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카메라 관련 박사 과정을 수료한 광학렌즈 연구원으로서 자신 소유 렌즈 27개와 전문가용 카메라, 조명을 이용해 자신의 성매매 영상을 직접 촬영한 뒤 얼굴을 모자이크해 성매매 사이트에 후기 글과 함께 ‘움짤(GIF·움직이는 이미지)’ 형태로 게재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 역시 이 같은 내용을 사전에 전달받고 촬영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A씨의 후기가 성매매 광고 사이트에서 건당 십수만회의 조회수를 올리는 등 인기를 얻자 다른 업주들도 소개받아 의뢰하면서 A씨는 최근 5년여간 수백건에 달하는 후기 영상 촬영했다고 경찰은 파악했다.

A씨가 촬영에 동원한 카메라 장비들 (사진=경기남부경찰청 제공)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범행했다”며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A씨로부터 압수한 영상은 총 5TB분량으로 1929개에 달했다. 일부 영상은 성매매 여성의 예명과 나이, 업소 위치가 노출된 채 A씨의 지인이나 다른 ‘작가’들에게 유포된 정황도 파악됐다.

경찰은 A씨 외에도 성매매 여성의 사진 등 프로필을 제작·편집한 전문 광고 대행업자 7명과 성매매 업주 8명, 이들 업체에서 성매매를 한 여성 4명을 추가 입건하고 이들 중 5명을 구속해 송치했다. 또 이들이 거둬들인 범죄이익 12억5000여만원에 대해서도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 조치했다.

경찰은 성매매 사이트 운영진에 대한 수사도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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