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 출신 36년차 삼성맨'' 의 당당함, 그 이유

''삼성 범행'' 혼자 했다고 주장한 허태학 사장은 누구?
  • 등록 2005-10-05 오후 9:29:46

    수정 2005-10-05 오후 9:29:46

[조선일보 제공] 4일 오후2시 서울중앙지법 423호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은 고개를 떨구었다. 이혜광 부장판사가 “피고인측 주장은 이유 없다”라며 최종선고를 시작했을 때였다. 12년 넘게 ‘삼성의 장수 CEO’로 불린 동시에 ‘삼성의 깃털’이란 야유도 받았던 허 사장이었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유죄판결로 5년 구형을 받았음에도 “이건희 회장 지시 없이 혼자했다”고 말한 허 사장은 누구일까?

그는 ‘36년차 삼성맨’이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이건희 회장”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판결의 의미나, 삼성의 지배 구조의 문제점 등과 별도로, 지금 일부 샐러리맨들 사이엔 이렇게 당당하게 재판에 임한 허 사장이 화제다.

그는 진주농림고와 경상대 농학과를 졸업한 뒤, 1969년 중앙개발(현 삼성 에버랜드)에 입사했다. 호텔신라 총지배인과 삼성 에버랜드 사장, 호텔신라 사장을 거쳐 2003년 이후 삼성석유화학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1997년엔 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지은 ‘용인자연농원’이란 이름을 과감히 ‘에버랜드’로 바꿨고, 에버랜드의 여름 히트상품인 워터파크 ‘캐러비안베이’를 만들어냈다. 요즘 대부분의 놀이공원에서 사용하는 팔찌모양의 ‘자유이용권’도 허 사장의 작품이다.

매년 정월 초하루에 간부급 직원들과 서울 근교에서 등산을 하고 인근 목욕탕에서 알몸미팅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라호텔 직원들에게 일본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필독서로 삼으라고 권고할만큼 서비스 정신을 강조해왔다. 대기업 CEO 가운데 유일하게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고도 전해진다.

일부에선 그를 삼성 ‘황태자, 공주 지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재용·이부진 남매를 지원해준 1등 공신이라는 것이다. 삼성에 대한 충성심은 그의 홈페이지만 봐도 알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을 가장 존경하는 이유를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세계초일류 기업을 만들어가는 열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소개해 놓았다.

허 사장은 이재용 상무의 ‘세습’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정당하다고 주장해왔다. 2000년 11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그는 이재용 상무의 세습논란에 대해 ‘적법한 절차’와 ‘실현되지 않은 이익’이라는 논리로 그 정당성을 주장했다.

국정감사에서 김경재 의원이 “이재용씨가 삼성그룹을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이나 자질이 충분하다고 보느냐”고 질문하자 “오랜 기간 해외에서 다양한 공부를 해왔고, 본인의 노력에 따라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2002년에 호텔 신라 사장을 겸임하게 된 데 대해 이재용씨의 동생 이부진씨가 ‘낙하산 입사’를 했다는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란 분석도 나왔다. 공교롭게도 그가 호텔 신라 사장으로 취임하기 5달전 이부진씨가 호텔 신라 기획부장으로 입사했고, 때맞춰 삼성은 대대적인 그룹 감사를 벌여 이사진을 전면 교체했기 때문이다.

에버랜드가 이재용 상무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핵심 역할을 한 것도 그의 이러한 충성심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민주노동당 당원 10명은 4일 “허태학 사장은 삼성의 ‘몸통’이 아니라 ‘깃털’에 불과한 인물”이라며 “진짜 ‘몸통’을 처벌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1월10일 허 사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이 사건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증여세 문제를 피하면서 그룹 경영권을 아들 재용에게 헐값으로 넘기기 위한 것이다. 재용씨가 100억원도 안 되는 자금으로 그룹 경영권을 장악한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그 ‘우연이 아닌 필연’을 만들어내는 과정 속에 허 사장이 핵심인물로 서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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