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현금 영수증"

‘세액공제’ 매력없나?… 업자 “세금만 늘죠” 소비자 “됐어요”
  • 등록 2005-02-23 오후 9:32:33

    수정 2005-02-23 오후 9:32:33

[조선일보 제공] 17일 낮 서울 종로의 한 식당. 동료와 점심 식사를 한 회사원 김동현(32)씨가 식대 1만원을 현금으로 계산한 뒤 현금영수증을 요구했다. 그러나 종업원은 “지금은 바빠서…, 나중에 한가할 때 오시면 같이 끊어드릴게요”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식당에는 현금영수증 가맹점임을 알리는 스티커도 붙어 있지 않았다. 시행 두 달을 맞은 현금영수증 제도가 겉돌고 있다. 자영업자의 수입금액을 투명하게 하고 근로소득자-자영업자 간 세부담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도입된 제도이지만 업체들의 인식부족과 소극적인 태도로 정착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중소규모 업소들은 매출액이 고스란히 드러나 세금이 늘 것을 우려해 영수증 발급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부산 동래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심모(여·49)씨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몇 천원짜리 메뉴 팔고 세금낼 것 다 내면 장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아예 현금영수증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값을 깎아주는 편법도 활개치고 있다. 유모(34)씨는 지난 주말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17인치 LCD모니터를 33만원에 구입한 뒤 현금영수증을 요구하자 “세금문제도 있다. 2만원 빼드릴 테니 그냥 가시는 게 어떠냐”는 제의를 주인으로부터 받기도 했다.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면 가맹점도 발급금액의 1%를 세액공제받고 세무조사가 면제되는 혜택이 있지만 자영업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화여대 앞의 음악점 김모(44) 사장은 “1%의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요즘같이 어려울 때 일일이 다 영수증 떼어줄 상인이 어디 있겠냐”고 반문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1월 말 기준으로 현금영수증 가맹점 수는 83만7137곳으로 가맹점 권장대상 113만 곳의 75% 수준이다. 그러나 한 달 동안 가맹점 1곳당 영수증 발행 건수는 평균 16건, 하루에 고작 0.5건씩을 발급한 셈이다. 현금영수증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부족하다. 17일 오후 서울 신촌에 위치한 그랜드마트 지하 2층 식품매장. 계산원들이 일일이 “현금영수증 받아가시겠습니까”라고 묻기까지 했지만 대부분 “됐다”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1시간 동안 38명이 5000원 이상을 현금으로 계산했지만 현금영수증을 받아간 손님은 불과 4명. 주부 최숙현(48)씨는 영수증을 받으려다가 계산원이 “주민등록번호나 휴대전화 번호를 달라”고 하자 “뭐, 그런 것까지 알려줘야 하나, 그냥 놔두세요”라고 했다. 인천 구월동에서 생선구이집을 운영하는 장순화(52)씨는 “현금영수증 발급을 위해 단말기를 마련했지만 실제로 영수증을 요구하는 손님은 1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는다”고 했다. 회사원 박준용(31)씨는 “현금영수증을 적극적으로 챙기려고 하지만 아직 5만원밖에 못 모았다”며 “결국 자영업자 소득 투명성에 대한 책임을 유리지갑인 월급쟁이들이 지게 되는 꼴 아니냐”라고 말했다. 국세청 부가세과 양철호 계장은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현금영수증을 요구하고 이용하면 시장원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제도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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