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프리즘]경찰관이 10대 폭주족에게 20만원 물어준 이유는

대구지방법원, 경찰관 A씨 20만원 배상 판결
10대 폭주족 검거 과정 중 욕설·무릎 꿇게 해
"경찰관 욕설 빼고 직무상 위법한 행위 아냐"
  • 등록 2021-09-06 오후 12:11:00

    수정 2021-09-06 오후 12:11:00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지난 2019년 4월 27일 새벽 2시,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A(19)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대구 북구의 한 공원 인근으로 갔다. 그곳에서 10여명의 폭주족 무리를 만나 오토바이 번호판에 청색 테이프를 붙인 채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잠든 시각, 10대 폭주족들은 큰 소음을 일으키며 중앙선을 침범하고 역주행하며 위험천만한 질주를 이어갔다.

서울 시내 모처에서 경찰관들이 오토바이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사진=연합뉴스)
주민 신고를 받은 대구 강북경찰서 소속 경찰관 B씨는 순찰차를 타고 이들을 찾아 나섰다. A씨를 포함해 오토바이 4~5대가 교통법규를 위반한 채 무법천지로 도로를 질주하는 것을 발견한 B씨는 이를 제지하기 위해 뒤쫓았다.

A씨는 경찰차가 따라오는 것을 알면서도 폭주를 멈추지 않았다. 무고한 시민들이 교통사고를 당할 위험에 놓였다. 그때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왔고, 신호를 위반한 채 달리던 A씨가 그대로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차를 세운 B씨는 트렁크에 보관 중이던 경찰봉을 꺼내 들고 A씨에게 다가갔다. A씨는 넘어진 몸을 일으켜 자신의 오토바이로 걸어가던 중이었다. B씨는 경찰봉을 휘두르며 A씨에게 욕설을 하고 무릎 꿇고 앉으라고 지시한 뒤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후 10대 폭주족 A씨는 경찰관 B씨를 대상으로 16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본인이 사고를 당한 것은 경찰이 위협운전을 하면서, 오토바이를 세우라는 경고 방송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B씨가 넘어진 자신에게 응급조치를 취하기는 커녕 무릎을 꿇으라고 했고 자신의 부모까지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A씨의 패소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의 판단은 조금 달랐다. 지난 6월 30일 대구지방법원 제4-3민사부(재판장 서범준)는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20만원을 배상하라’는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A씨가 요구한 1600만원보다는 턱 없이 적은 금액이지만, 재판부는 “B씨가 A씨에게 욕설한 것은 당시 필요한 행위라거나 과실에 의한 것이라기는 어려워 불법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미성년자라고는 하지만 당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인 A씨가 10여명의 무리와 함께 교통법규를 위반하며 운행하는데 위법성의 여지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A씨가 오토바이 번호판에 청테이프를 부착한 것도 경찰에 체포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오토바이가 미끄러진 것은 A씨가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가 신호를 위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도주하다가 스스로 미끄러져 일어난 사고라는 것이다. 아울러 “B씨는 욕설을 제외하고는 위법한 직무집행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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