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우맨의 눈물..그리고 대우가 남긴 것

  • 등록 2012-03-26 오후 4:56:00

    수정 2012-03-26 오후 5:30:33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지난 22일 저녁 서울 종로구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는 대우그룹 창립 45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행사 참석을 위해 이날 새벽 베트남에서 입국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비롯해 지금은 사회 각계 각층에 흩어져 있는 대우 OB(Old Boy) 400여명이 대거 몰렸다.

대우그룹은 한 때 재계 서열 2위로 한국경제의 세계화를 이끌었다. 이른바 '세계 경영'으로 지금의 삼성, 현대 등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지난 1999년 8월 (주)대우 등 12개 계열사의 워크아웃을 신호탄으로 몰락했다. 대우건설(047040), 대우조선해양(042660), 대우인터내셔널(047050) 등 아직 흔적은 남아있지만, 그 주인은 바뀐 지 오래다.

그룹이 해체된 지 이미 10년도 더 됐지만 이날 기념식에서 만난 대우맨들의 `친정`에 대한 소속감은 여전했다.

아울러 그룹 해체 과정에서 억울한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한순간 몰락한 이유는 구조조정에 실패해서가 아니라 정부가 대우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무작정 개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병주 (주)대우 사장(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은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의 회고록에 대해) 화가 치미는 구석이 있어 대우맨 33명이 쓴 '대우는 왜?' 책 서문에 우리 입장을 서술했다"며 "대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데 써 달라"고 말했다. 그는 "재벌하다가 사는 집도 빼앗긴 사람은 김우중 전 회장이 유일하다"면서 정권과의 불협화음이 해체의 또 다른 원인이었음을 주장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이나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의 건실한 사업구조를 봤을 때, 이들의 주장이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알짜배기였던 대우중공업은 2000년 조선사업부와 기계사업부로 분리매각돼 오늘날의 대우조선과 두산인프라가 됐다.

그러나 대우의 대규모 차입을 기반으로 한 방만경영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버틸 수 없게 만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당시 60조원에 달하는 대우그룹부채는 고스란히 온 국민이 떠안았다. 대우그룹의 패망을 단순히 한 기업의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게다가 김우중 전 회장은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내야 하는 17조원의 추징금도 미납한 상태 아닌가.    당시 외환위기와 대우그룹의 해체는 지금도 우리 경제와 기업들에게 큰 교훈으로 남아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전자왕국` 일본의 몰락도 자만심에 젖어 확장경영만을 고집했던 기업들이 원인이다.    이날 대우맨들은 90년대 말 기업 이미지 광고를 보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술기운이 오르자 테이블별로 대우조선해양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단결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김 전 회장은 아무말 없이 행사장을 떠났지만, 상기된 표정까지 감추진 못했다.

대우그룹이 옛 모습 그대로 부활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창조와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영토를 넓힌 저력 만큼은 되살아 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친목모임인 대우인회가 대우세계경영연구회란 조직을 만들어 글로벌 청년사업가 양성과 중소기업 대상 FTA 원산지 증명 지원 서비스 등을 하는 것은 그나마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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