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가파른 오름세가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이 며칠전 미술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신정아 동국대 미대 교수의 학위 위조 사건인데요.
본인의 해명 절차가 남아있지만, 신씨의 학벌과 관련된 모든 것이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미국 캔자스 주립대 동양화 전공, 이 학교 경영학석사 취득, 예일대 미술사 박사학위 등 화려하게 포장됐던 그녀의 가방끈이 끊어지는 순간이죠.
그녀의 지난 10년은 정말 눈부십니다. 금호미술관 큐레이터를 거쳐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동국대 미대 교수,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에 이르기까지 미술학도에게 그녀는 동경의 대상 그 자체였습니다.
떠오르는 샛별이던 그녀가 희대의 사기꾼으로 밝혀지는 과정은 2007년 한국의 사회상을 통렬하게 풍자한 한편의 `코메디` 같습니다.
누가 그녀의 전문성에 대해 시비를 걸든지 간에 그녀는 10년의 공을 들인 역작 `속았지`라는 퍼포먼스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녀의 풍자극을 통해 사람들은 `진실은 밝혀진다`는 교훈 보다는 짜릿함과 통쾌함을 느낍니다. 주인공이 무탈하게 지중해의 해변을 거니는 엔딩 장면을 고대하며 가슴 졸이는, 헐리우드 영화에 몰입한 관객의 심정이라고나 할까요.
주식시장 이야기로 돌아가 봅니다. 얼마전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증시를 놓고 "영화 속에 등장했던 코스피 지수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코스피가 연일 오르며 1900포인트를 돌파한데 이어 2000포인트까지 가시권에 두니 그럴만도 합니다.
이익모멘텀이 살아나고 수급이 좋으니 지금의 강세장을 설명할 근거는 충분합니다.
신정아 사건은 한국 사회가 낯 뜨거워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샀던 종목이 "왜 그래? 한번 두번 속은 것도 아니고..."하며 배신을 행할때 그것은 풍자극도, 뭣도 아닌 그냥 비극입니다. 수업료는 모두 투자자들이 지불해야 합니다.
부디 냉정하게 판단하고, 합리적으로 분석해 부자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