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성(姓) 따르는 거 좋죠…그런데 오해도 있을 것 같아요.”
7살과 5살 아이를 둔 미혼모 오모(28)씨는 출생신고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다. 동사무소 직원이 오씨에게 “아빠 성이 뭐예요?”라고 물은 말에 허탈함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혼자 아이를 잘 키워보겠다고 한 다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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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계 중심 가족제도 바뀔 것”…환영하는 여성들
앞으로 출생신고 과정에서 오씨와 같은 허탈함을 겪는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자녀가 엄마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가부장적 제도가 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일각에선 사회적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계획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의 경우 새로운 제도 도입에 “좋은 정책”이라며 환영의 뜻을 보였다.
대학생 김모(25·여)씨는 “남편과 가위바위보해서 결정해도 될 만큼 아이의 성은 상관 없다”며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에 뿌리 깊은 부계 중심의 가족 제도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직장인 안모(28·여)씨도 “부모 성 중에 더 예쁜 성을 고르겠다”며 “사회적인 시선에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정책이 사회 변화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이제 엄마 성과 아빠 성을 자유롭게 선택해야 한다”며 “젊은 세대가 새로운 사회적 인식을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해 가부장제 남성중심성을 타파하는데 기여하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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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남녀, 세대를 불문하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엄마의 성을 썼다가 자칫 아이가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걱정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모(42·여)씨는 “이번 정책을 긍정적으로 보지만 아이가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아빠가 없는 아이’, ‘사연 있는 아이’라고 오해받을 것 같다”며 “굳이 엄마 성을 쓰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모(65·여)씨도 “요즘 이혼 가정이 많아서 좋은 정책”이지만 “굳이 아빠가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동안의 전통 때문에 아빠 성을 따를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김모(32·남)씨는 “부모가 협의해 결정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면서도 “기존에 따르던 관습들이 무너지며 혼란이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올해 결혼을 앞둔 김모(29·남)씨도 “젠더 감수성을 존중하지만 색안경 쓴 사람들한테 아이가 상처받는 일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책 추진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막고 제도가 안착되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법 개정안은 남녀가 평등한 관계가 되는 계기”라며 “정부가 확실한 홍보 방안을 마련해 사회적인 변화를 이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정부의 계획은 2025년까지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되며, 여성가족부는 법무부와 함께 자녀의 성 결정이 명시된 민법 조항을 개정하는 작업을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