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서울시가 각종 논란으로 몸살을 앓던 ‘여성우선주차장’을 서울시 조례에서 삭제하는 걸 추진한다. 대신 ‘가족배려주차장’이란 단어로 대체될 예정이다. 이용 대상도 여성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영·유아 및 노인 등을 동반한 남성도 가능하도록 바꿀 계획이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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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서울특별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에 대해 일부 조례를 변경한다. 변경되는 조례안에 따르면 제25조의 2에 있던 여성우선주차장이란 문구를 전부 가족배려주차장으로 개정한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아이 키우기 좋은 서울을 위한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의 후속 조치다. 오 시장은 지난해 8월 여성우선주차장을 가족우선주차장으로 조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당초 가족우선주차장으로 명명됐던 이름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가족배려주차장으로 최종 결정했다.
이용대상도 기존 여성에서 임산부 및 고령 등으로 이동이 불편한 사회적 약자로 확대된다. 특히 가족배려주차장에는 임산부나 영유아, 고령 등을 동반한 사람도 주차할 수 있게 된다. 성별과 관계없이 임산부, 고령 동행인, 영유아를 동반했다면 남성이라도 주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성우선주차장은 서울시에서 자취를 감출 예정이다. 여성우선주차장은 지난 2009년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성이 행복한 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오 시장은 서울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를 통해 주차 대수 규모가 30대 이상인 주차 구역에는 전체 주차 대수의 10% 이상을 여성이 우선 사용할 수 있는 여성우선주차장으로 만들도록 했다. 여성을 범죄에서 보호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나 출입구 가까운 곳에 조성됐다.
하지만 여성우선주차장은 본래 취지와 달리 남녀 갈등의 중심에 서며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서울시도 지하주차장 내 폐쇄회로(CC)TV 확대 등 안전성이 개선됐고, 여성우선주차장이 오히려 역차별에 해당한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등 존재 의미가 줄었다고 판단했다.
서울시는 오는 3월부터 시내 공영주차장과 각 구청, 산하기관 등 단계적으로 여성우선주차장 표시를 가족배려주차장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실시한다. 현재 서울 시내 공영주차장 129곳·1만 6640면 가운데 69곳·1988면이 여성우선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후 민간 영역에도 점차 자율적인 전환을 유도할 방침이다.
김형규 서울시 주차계획과장은 “‘약자와의 동행’을 위해 성별에 국한하지 않고 임산부와 고령자, 영유아 등을 위해 가족배려주차장으로 전환을 시작하게 됐다”며 “시민들의 배려로 원활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힘 쓰겠다”고 설명했다.
| 오는 3월부터 서울 시내 공영주차장에 적용되는 가족배려주차장 배너. (사진=서울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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