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파성을 벗어나 중장기적 교육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신설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가 통과시킨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국가교육위법)을 원안대로 시행할 경우 ‘정권 거수기’로 전락할 위험성이 큰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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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 21명 중 11명 대통령·여당 몫으로
19일 교육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국회 교육위는 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안건조정위를 열고 국가교육위법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국가교육위를 대통령 직속 행정기구로 규정하고 위원 21명 중 최소 11명을 대통령·여당 몫으로 추천할 수 있게 했다. 국가교육위원 과반수를 대통령·여당 추천 인사로 채우도록 한 셈이다.
이 때문에 교육계를 중심으로 국가교육위가 결국 정권 거수기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정책본부장은 “초당적·초정권적 합의를 통해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겠다는 당초 취지에 정면 배치된다”며 “친정부 인사 중심의 거수기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과도기적 형태인 국가교육회의를 운영하고 있지만, 자문기구 역할만 하고 있다. 국가교육회의에서 내린 결정은 구속력을 갖지 못하고 권고안에 그친다. 여당이 문재인 정부 임기 1년을 남기고 국가교육위법 통과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면 현 국가교육회의는 국가교육위로 바뀌게 된다. 자문기구에서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로 위상이 격상되는 것이다. 국가교육위는 방송통신위원회처럼 합의제 성격의 행정기구가 되며 결정 사항은 구속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국가교육위 위원 중 과반수를 대통령·여당 몫으로 규정하면서 벌써부터 정권 거수기 역할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대통령과 여당 몫이 최소 11명이 되면서 정권과 한 몸이 되는 위원회가 우려된다”며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독립성을 갖는 위원회 구성은 물건너 가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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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위 취지와 배치…법안 수정해야”
국가교육위는 당파성을 벗어난 독립기구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교육계에서도 대체로 찬성이 많았던 공약이다.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학생·학부모를 위한 교육정책을 진지하게 논의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국가교육위원의 과반수를 정부·여당 몫으로 돌리면서 독립성을 갖기에는 애초에 글렀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
신현욱 본부장은 “국가교육위는 조변석개하는 우리 교육의 고질적 폐해를 차단하고 정파와 정권을 뛰어넘는 교육의 미래비전을 세우자는 게 근본 취지였다”며 “국가교육위법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정권과 이념을 초월한 교육정책의 사회적 합의는 사실상 어렵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건조정위를 통과한 국가교육위법은 향후 국회 상임위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정치권에선 이르면 다음 달께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본회의 통과 이후에는 6개월 후에 시행된다. 신 본부장은 “국회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초당적 국가교육위 설치를 위한 심도 있는 논의와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했다. 향후 상임위나 법사위 논의과정에서 교육계 우려를 반영, 법안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