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정신적 지주` 이희건 명예회장 별세(종합)

신한은행 설립주도 ..향년 95세
  • 등록 2011-03-23 오후 1:17:27

    수정 2011-03-23 오후 1:26:14

[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신한의 역사이자 조국을 사랑한 거목이 졌다"(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신한에 대한 애정과 가르침은 신한인의 가슴에 영원히 함께 할 것이다"(서진원 신한은행장)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사진)이 지난 21일 일본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5세. 

스무살이 되기전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 지역 재일동포들과 애환을 같이 했던 이 명예회장은 신한은행 설립을 주도한 장본인이자 신한 역사의 산증인이다. 신한금융 임직원들은 이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917년 경북경산에서 가난한 농민의 6남매중 2남으로 태어난 이 명예회장은 오사카의 쓰루하시(鶴橋) 무허가 시장에서 자전거 타이어 장사로 본격적인 일본생활을 시작했다. 일본이 태평양 전쟁 패전 이후 암거래 단속을 이유로 쓰루하시 시장을 강제폐쇄하려고 하자 이를 막아내 교포들의 큰 신망을 얻었다. 

1955년에는 교포상인들을 규합해 신용협동조합이라 할 수 있는 오사카흥은을 설립했고, 이후 일본인들이 경영하는 신용조합을 제치고 일본내 가장 실적이 좋은 조합으로 성장시켰다.

이 명예회장은 재일교포들이 한국에 투자할 때 국내에서 융자를 받기가 쉽지 않자 직접 국내에 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에 따라 1974년 교포들의 국내투자 창구역할을 하는 본국투자협회를 설립했고 1977년에는 신한은행의 전신격인 제일투자금융으로 결실을 맺는다.

신한은행이 설립된 것은 그로부터 5년이 지난 1982년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은행 설립작업이 지연됐으나 전두환 정부가 민간은행 설립을 검토하면서 이 명예회장의 숙원이 이뤄졌다. 신한은행은 자본금 250억원, 총 4개 영업점 274명으로 문을 열었다. 일본전역에 산재해 있던 340여명의 재일동포들이 출자금을 모아 국내에서 처음으로 순수 민간자본 은행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 명예회장은 호탕하고 리더십이 강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엄청난 사업비로 고민하던 정부에 재일교포들의 성금 540억원을 모아 전달했다. 당시 재미교포들보다 더 큰 성금을 모아 쾌척했다고 한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국내송금보내기운동`을 주도해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줬다.

이 명예회장은 평소 "재물(財物)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고, 신용(信用)을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다. 그러나 용기(勇氣)를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이라는 글귀를 강조하며 직원들의 자신감을 북돋웠다고 한다. 신한은행이 30년 남짓한 시간에 국내 4대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명예회장의 이러한 철학이 큰 힘이 됐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이 명예회장을 잘 아는 금융권 관계자는 "쾌활하고 호방한 성격의 그는 보스형 리더였다"며 "재일교포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며 신한을 이렇게 키운 장본인인데 타개소식을 들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명예회장은 그간 일본 도쿄의 요양원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금융 안팎에선 그가 건강했으면 지난해 신한을 극심한 혼란으로 몰아넣은 경영진간 내분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이 명예회장의 유족들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가족장을 치렀다. 이 명예회장은 생전 분향소를 차리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이에 따라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과 서진원 신한은행장 등 신한금융 임직원들은 일본을 방문하지 않는 대신 유족들과 협의해 적절한 시기에 국내에서 추모식을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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