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탄핵' 국회청원 10만 채웠다...정쟁 도화선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10만명을 돌파했다. 국회청원은 30일 이내 10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공식 접수돼 소관 상임위원회에 자동 회부된다.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여야가 문 대통령 청원으로 한층 거센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국회 청원 게시판에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이 1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사진=국회 게시판 캡처)

2일 오전 9시 현재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지난달 28일 한모씨가 올린 ‘문재인 대통령 탄핵에 관한 청원’이 10만명의 동의를 채웠다. 게시글을 올린 지 불과 나흘 만에 접수 요건을 채웠다. 게시글 작성자 한모씨는 “문 대통령이 우한 폐렴(코로나19)에 대한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로 인해 국민의 생명을 위협했기 때문”이라는 취지를 밝혔다.

국민동의청원은 30일 이내에 10만명의 동의를 얻은 온라인 청원을 소관 상임위원회에 자동 회부하는 제도다. 이렇게 접수된 청원은 국회의원이 제안한 다른 의안과 동일하게 전체회의에 상정되고 소위원회에서 논의하는 등의 절차를 밟는다. 이와 달리 청와대 청원은 20만명 이상 동의를 받으면 해당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답변을 하게 돼 있지만, 법안 발의 절차 등은 적용받지 않는다.

문 대통령 탄핵 국민 청원은 탄핵소추를 다루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4·15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이 총선체제로 재편되면서 제대로 심사가 진행될지 미지수다. 2월 임시국회도 남은 기간 대정부질문,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등에 집중돼 있다.

국회 관계자는 “ 입법차장과 의사국 등에서 탄핵청원을 공식 접수할 것인지 검토 중이다. 또 탄핵청원 담당할 상임위로 법사위와 운영위원회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상임위에 상정되더라도 제대로 된 논의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의 무능 등 정치적인 책임은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 등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국회가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법 제48조도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 탄핵 소추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이런 탓에 문 대통령 탄핵 청원은 여야 간 정치 쟁점의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연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정부의 초기 대응 부실을 지적하고 있다. 또 감염원 차단을 위해 중국인 입국금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민청원의 공식접수로 통합당은 대여 투쟁의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CBS라디오에서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저희가 1당이 되거나 숫자가 많아지면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압박했다. 곽상도 통합당 의원도 지난달 18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으로 문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한편,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코로나19 방역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문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동의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청와대는 공식답변을 발표해야 하는 기준(20일 내 20만명 이상)을 넘긴 만큼 4월 초에는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