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흔드는 반도체 시장, NPU 경쟁 속 삼성의 행보는

뇌 신경망 본뜬 NPU 등장, 화웨이가 첫 스타트
삼성, 메모리 분야서 '뇌 용량'만한 SSD 개발 중
  • 등록 2017-09-17 오후 3:43:21

    수정 2017-09-17 오후 3:59:01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 5월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인공지능(AI) 시대 새로운 ‘반도체 대전’이 격화되고 있다. 애플은 물론 이에 앞서 중국의 강자 화웨이가 본격적으로 문을 열어젖힌 가운데 삼성전자(005930)는 총수 부재 속에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AI용 반도체, 특히 프로세서의 경우 사용자에 대한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고도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수적이다. 자율주행차 등 새롭게 부상하는 분야에서 필요한 기반 기술로도 작용한다.

17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화웨이는 AI에 특화된 자체 설계 모바일 프로세서(AP) ‘기린970(Kirin 970)’을 공개했다. 이 칩은 화웨이가 곧 출시할 스마트폰 전략기종에 탑재할 예정으로,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전자박람회 IFA2017의 기조연설에서 등장했다.

이 칩은 인간의 뇌 신경망을 본 떠 만든 이른바 NPU(Neural Processing Unit, 신경망 프로세싱 유닛) 기술을 적용한 첫 모바일용 제품이다. 현재 프로세서(CPU·GPU) 기술보다 진일보한 기술로, 기초적인 성능이지만 스마트폰에서 구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 슈퍼컴퓨터에도 보급이 진행 중인 기술이기 때문이다.

뒤를 이어 애플도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스마트폰 신제품 ‘아이폰X’에 신경망(뉴럴) 엔진을 탑재해 사용자의 얼굴인식 서비스를 기계 스스로 강화하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적용했다.

◇‘AI 반도체’ 출격한 삼성, 현금 투입은 339억원에서 멈춰

컴퓨터 스스로 판단해 결정을 내리는 AI의 특성상 각종 정보에 대한 연산처리를 재빠르게 진행하는 성능이 요구된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CPU. GPU 등)로는 한계가 있다. 현재 인간의 뇌와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보이는 IBM의 슈퍼컴퓨터가 10MW 수준의 전력을 소비하는 반면, 인간의 뇌가 소비하는 에너지 양은 20W 수준으로 50만배 차이가 있어 비효율적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반도체 총괄)은 이를 극복하고자 등장한 NPU에 대해 최근 언급해 화제가 됐다. 지난 4일 서울에서 열린 ‘한-독 공학한림원 컨퍼런스’ 폐막 기조연설에서 김 사장은 인간의 뇌에 비해 현재 시장에 있는 NPU의 성능이 1000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차이를 따라잡기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영국의 스타트업 ‘그래프코어’에 3000만달러(약 339억원)를 투자하는 등 관련 연구개발(R&D)을 이어가고 있으나, 총수 부재 등의 여파로 인수합병(M&A)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일단은 장기적으로 선도·요소기술을 연구하는 삼성종합기술원을 중심으로 추격에 나선 상황이다.

대신 삼성전자는 일단 메모리반도체 분야 1위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의 경우 3D V낸드의 집적도가 2년반마다 2배씩 늘어나고 있다”며 “20년 후면 우리 뇌가 저장하는 양의 정보를 하나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안에 저장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메모리 분야에서는 현재 4세대 64단 적층 기술을 넘어서는 5세대(96단 이상) 적층을 개발·시험하며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수성하는데 주력한다. 또 프로세서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13나노미터(nm) 미세 공정과 극자외선 노광공정(EUV) 도입 등의 차별화를 통해 경쟁업체를 따라잡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센서를 비롯해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카 등 산업과 생활 전반에 걸친 분야에서 노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화웨이 세계 최초 타이틀..인텔은 20조 베팅

세계 주요 업체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앞서 언급한 화웨이와 애플은 프로세서의 핵심 요소(코어) 설계자산(IP) 개발업체 ARM의 기술을 바탕으로 이를 구현했다. 삼성전자와 퀄컴, 미디어텍 등도 같은 코어를 활용하고 있는데, 모두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CPU 분야 강자인 인텔은 20조원을 투자해 역시 새 제품을 개발 중이다. 특히 현재의 프로세서 기술인 아키텍처(기반구조) 방식으로는 효율적인 NPU 개발이 어려운만큼 새롭고 획기적인 방식을 개발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AI용 반도체 시장 전망은 밝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AI 관련 반도체 시장 규모가 내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3.1%씩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관련 제품의 평균판매가(ASP)가 증가해 시장 규모가 더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최초’ 타이틀을 가져가긴 했지만, 삼성전자나 인텔 등 국내·외 기업들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며 “다만 삼성이 AI 분야에서 공격적인 M&A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점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위청동(영문명 리차드 유) 화웨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전자박람회 IFA2017 기조연설에서 모바일용 인공지능 프로세서 ‘기린970’ 칩셋을 소개하고 있다. 화웨이 홈페이지
애플 아이폰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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