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이라 이 역사적 이벤트에 이해득실을 따지는 세력도 있지만, 어찌됐건 이 회담이 그간의 대결구도를 종식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기를 염원하는 마음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같을 것입니다.
정부는 이 회담에서 다뤄질 의제에 대해 어떠한 공식 확인도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정부와 청와대 주변의 비공식 경로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는 바로는 `종전(終戰) 선언`과 `경제협력`에 관한 의제가 비중있게 다뤄질 것이라고 합니다.
시장의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종전 선언을 통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만들어진다면 국가 신용도를 높이고 투자를 활성화하는데 장기적으로 긍정적일 것입니다. 또한 남한의 자본력과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하고, 그동안 가로막혔던 북방으로의 물류 통로가 뚫릴 수 있다면 한반도에 유사 이래 없던 도약의 전기가 마련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왠일인지 시장의 반응은 차분합니다. 역사적인 이벤트가 하루 하루 다가오고 있지만 주식시장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평온합니다. 주가지수 움직임만 놓고 본다면 시장은 전날 미국시장 상황에 더 신경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기자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결국 시장은 아직까지 `남북정상회담` 개최 자체만으로는 별다른 돈 냄새를 맡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시장이 냉담한 더 큰 요인은 대북 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이 불신이 대선을 앞둔 정치적 의도에 따른 것인지,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여론의 오해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북한 정권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낮은 기대 때문인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오직 `시장이 믿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 자체입니다.
그럴리 없으리라 믿고 싶습니다만 현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정략적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됩니다. 민족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는 중대사에 당파적 사심(私心)이 개입된다면 이번 회담은 그야말로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고 말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논평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장 역점을 둬야할 부분은 북한의 개혁과 개방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이며, 북한이 개방되지 않는 한 아무리 도로와 철도를 깔고 각종 서비스를 다해주는 등 사회간접자본을 투자해도 결국은 경제가 나아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가 새겨 들어야 할 내용이라 사료됩니다. 시장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미래의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실제적이고 타당한 경제협력입니다.
"show market the money!".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시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방법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