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소현의 일상탈출)⑭세상에서 가장 작은 종교

  • 등록 2006-10-20 오후 4:00:43

    수정 2006-10-28 오후 8:53:12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자인교, 혹은 자이나교(Jainism)`, 인도를 여행하기 전에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종교다. 세계 여행자들의 가이드북인 론리플래닛에서는 자인교를 세상에서 세력이 가장 작은 종교라고 설명해 놓았다. 10억명의 인구를 가진 인도에서 자인교도들은 400만명에 불과하니 작은 종교라 할 수 있다.

콜카타의 파레슈나스 자인교 사원에 처음 들어섰을때 느낌은 '참 예쁘다'였다. 택시를 타고 골목 골목을 돌아 들어온 이곳은 아주 조용했다. 외부 세계와 단절된 듯한 느낌이었다.

입구에서 흰 런닝셔츠에 체크무늬 롱기를 입은 새까만 인도 할아버지가 활짝 웃으면서 맞아준다.

"입장료는 없는데, 사원 건물 안에서는 사진촬영이 안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도록"
"넵!"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아기자기한 정원이 펼쳐졌다. 사원은 크지 않지만 온통 유리와 거울, 형형색색의 돌로 장식돼 있어 그 화려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 콜카타의 쉬딸나뜨지 사원, 정원이 아기자기하다.
별천지 같은 정원을 둘러보고 사원으로 들어서려니 입구에 자인교에 대한 설명이 적힌 안내판이 보인다. 자인교에 대해 무지했던 터라 시간을 좀 투자해 꼼꼼하게 읽었다.

자인교는 카스트제도에 반발해 생겨난 종교로서 이 세상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모두 똑같다고 본다.

자인교에서는 구원자를 뜻하는 티르탕카라가 24명 있는데 각각의 티르탕카라에 의해 진리가 드러났다고 믿고 있다. 실질적인 창시자는 마지막인 24대 타르탕카라 마하비라. 부처와 같은 시대인 BC 6세기에 태어났다.

자인교는 어떤 생명도 살상하지 않아야 한다는 `불살생`(不殺生)을 표방한다. 그래서 라자스탄주에 있는 자인교 사원에 가면 승려들이 흰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한다. 숨을 쉴 때 미생물이 몸속으로 들어가 원치 않는 죽음을 당하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나. 개미라도 밟을까봐 빗자루를 쓸면서 걸어다니고 무조건 채식만 한다.

또 극단적인 금욕과 무소유 역시 자인교의 특징이다. 그래서 마하비라상은 대부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의 모습이다. 옷 한벌을 걸치고 있는 것도 소유로 보는 것이다.

물론 흰옷을 착용하는 백의파도 있지만 마하비라를 따라 옷을 입지 않은 공의파는 여전히 나체 수행을 하고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체수행자를 보지는 못했다.

▲ 화려한 자인교 사원 내부

자인교에 대한 공부는 이 정도로 마치고 사원을 둘러보려고 하니 저쪽에서 흰색 롱기에 런닝셔츠만 입은 아저씨가 다가와 말을 건다. 이런 저런 설명을 해준다.

`뭐 설명 조금 해주고 가이드비를 요구하겠지` 싶었지만 설명을 듣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귀를 기울였다.

이곳의 정식 이름은 쉬딸나뜨지 자인교 사원, 24인의 타르탕카라 가운데 10대인 쉬딸나뜨를 모시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인도 동부 지역의 자인교 사원중 가장 아름답다는 평을 듣는다고 한다.

베네치아에서 들여왔다는 샹들리에, 터키에서 가져왔다는 영롱한 터키석, 이탈리아 무라노 섬에서 공수해왔다는 유리공예품 등 모든 것이 럭셔리한 수입산이다.

"백만장자의 별장에 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드는 순간 다른 생각도 머리를 스친다. "이 사치스러운 사원이 과연 금욕과 무소유와 어울리나?"

사원 내부를 한바퀴 돌아 어느 등불 앞에 멈춰섰다. 1867년부터 계속 타고 있다는 등불이다. 사방이 유리벽에 둘러싸여 있는데도 아무런 그을음을 발견할 수 없다. 등불의 신성함을 말해주는 증거라는데 그을음이 생기면 사원이 부정을 탔다는 의미라고 한다.

사원 한바퀴를 돌며 설명을 마친 아저씨는 예상대로 손을 내밀었다. 명분은 자인교 발전을 위한 헌금. 아저씨 눈을 피해 살짝 사원 사진도 찍었고 가이드도 엉터리는 아니어서 있는 잔돈을 긁어모아 몇십 루피를 주고는 밖으로 나섰다.

처음에 들어올때 입구에 있었던 할아버지가 뒷편에 몇 개의 사원이 더 있다며 따라오란다. 웃을때마다 보이는 몇개 안 남은 이빨, 인도식 씹는 담배인 빤을 많이 씹어서 그런지 까맣다.

▲ ´나이스´만 외치던 자인교 할아버지

이 할아버지가 설명해준 건 별로 없다. 계속 사원을 꾸민 대리석과 공예품들이 세계 어느 곳에서 공수해온 것인지가 전부다. 역시 이탈리아 베네치아, 터키, 중국 등 다양한 곳에서 들여왔다.

연신 '나이스??'라고 되물으며 누런 이빨을 드러내놓고는 씽긋 씽긋 웃었다. 아마 설명하기 위해 내뱉은 단어보다 '나이스'를 더 많이 외쳤을 거다.

마지막 사원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역시 기부금을 내라고 요구한다. 20루피를 줬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엽서를 꺼내서 보여준다. 인쇄상태가 고르지 않을 뿐더러 지나치게 얇아서 엽서로 쓸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종이쪼가리들을 보통 엽서가격보다 훨씬 높은 80루피에 사란다.

쌈짓돈을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인가보다. 손을 내저으며 뚱한 표정을 지었더니 바로 가이드비를 요구한다. 일행이 세명이니 한명당 20루피씩 60루피를 달라고 한다.

아까 씽긋 웃던 표정은 사라지고 험상궂은 얼굴만 남은 할아버지에게 얼른 60루피를 건네주고 사원을 빠져나왔다.

"금욕과 무소유를 표방하는.." 자인교 설명 문구와 가이드비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할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한 사원이 한동안 머릿속에 계속 오버랩된채 남아 있었다. 연결고리가 전혀 만들어지지 않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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