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펼쳐진 ‘한강 술판’…금주구역 두고 시민들 ‘갑론을박’

공휴일 앞두고 밤 10시 넘어서까지 술판 벌어져
'금주구역'에 갑론을박…"금지 대신 구역·시간 제한해야"
서울시, 6개월~1년 캠페인 후 시행 방침…"시민 의견 수렴할 것"
  • 등록 2021-05-19 오후 6:20:00

    수정 2021-05-19 오후 6:20:00

[이데일리 공지유 김대연 기자]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시다 잠든 후 실종돼 닷새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한강 대학생 사망’ 소식으로 한강공원 내 음주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19일 휴일을 전후한 한강공원의 ‘술판’은 여전했다.

특히 서울시가 추진을 고려하고 있는 금주구역 지정과 관련, 시민들 사이에서는 ‘공원 내 음주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과 ‘과도한 침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석가탄신일 전날인 18일 오후 8시쯤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 시민들이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다.(사진=김대연 기자)
‘한강 대학생 사망’ 이후에도 여전한 술판…10시 이후에도 ‘북적’

석가탄신일 전날인 18일 밤. 기자가 찾은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잔디밭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공휴일을 하루 앞두고 시민들이 한강공원 잔디밭을 찾은 것이다.

이날 오후 8시쯤부터 인파로 북적인 공원에서는 대부분 일행이 돗자리를 깔고 앉아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특히 캔맥주 등을 마시며 음주를 즐기는 이들도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무리지어 앉아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함께 술을 마시다가 환호하며 소리를 지르는 이들도 목격됐다.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실내영업이 제한되는 오후 10시가 가까워져도 한강에서 술을 마시는 시민들은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10시가 지난 후 한강을 찾아 일행과 합류하는 무리도 여럿 있었다.

앞서 지난달 25일 반포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시다가 잠든 뒤 실종돼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고(故)손정민(22)씨 일이 알려지며 한강에서 지나친 음주를 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실제 지난 17일에는 잠실한강공원에서 만취해 구토를 하다 한강에 빠진 20대 남성이 경찰에 의해 구조되는 사건도 있었다.

시민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답답한 상황에서 한강에서 자유롭게 음주를 즐기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영등포구 주민 정모(28)씨는 “코로나19 때문에 갈 곳이 없어 최근 한강에 자주 간다”며 “친구들을 만나서 놀다 보면 금방 10시가 되는데, 시간 제한 때문에 더 놀 수가 없으니 한강에서 술을 마시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낮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이 앉아 있다. (사진=김대연 기자)
‘금주구역’에 갑론을박…“금지보다 시간제한·안전장비 설치해야”

‘한강 대학생 사망’ 이후 일각에서는 한강에서의 음주 위험성을 지적하며 금주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음 달 30일부터 시행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따라 각 지자체가 공공장소를 금주구역으로 지정하고 위반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되며 서울시도 금주구역 지정을 검토한 바 있다.

손씨의 참변이 발생한 반포한강공원에서 만난 시민들은 ‘한강 금주구역 지정’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아들이 있다는 한모(60)씨는 “이번 사건 이후로 걱정돼서 아들도 술을 못 마시게 한다”며 “술은 술집에서 마셔야 한다. 한강에서는 절대 음주해서는 안 된다”며 금주구역 지정에 동의했다. 서초구 주민 박모(84)씨는 “일부 위험 지역은 음주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민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직장인 박모(35)씨는 “한강은 사람들이 언제든지 와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라며 “법적으로 금주하라는 등 제지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률적인 금주구역 조치보다 폐쇄회로(CC)TV 확충 등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개포동에 사는 주부 박모(62)씨는 “공원 전체를 금주 구역으로 지정하기보다 물가 바로 앞에 펜스를 치고 CCTV를 전부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또 “물가 근방 일정 거리 내에서는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하는 등 제한구역을 설정하고 어길 시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에 맞춰 한강공원 내에서도 음주 제한시간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직장인 배병욱(39)씨는 “금주 구역 지정보다는 밤 10시~11시 이후 음주를 할 수 없게 시간제한을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이를 단속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을 텐데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여의도 주민 A씨는 “밤 10시 이후 취식을 못하게 하거나 일정한 장소에서만 취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공원 관리인이나 단속반들이 이를 단속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서울시는 당장 금주 구역 지정보다는 일정 기간동안 의견을 수렴한 뒤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6개월~1년 동안 캠페인 기간을 갖고 토론회, 공청회 등 공론화를 거치고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한강공원 안전 강화를 위해 CCTV 확충 등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한강 전역 CCTV 사각지대에 30~40여대의 추가 설치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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