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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최영지 기자] “좋은 사람 모셔오는 게 우리의 할 일”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기술”
장장 10박12일의 유럽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뉴삼성 구축을 위한 동력으로 ‘기술의 중요성’과 ‘인재 영입’이라는 두 가지 화두를 던졌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경쟁에서 메모리를 넘어 시스템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도 ‘초격차 기술’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내는 한편, 대표적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꼽히는 배터리와 자동차 전장 등의 성장을 위해 인재 영입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속내를 표출했다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21일부터 2년 만에 재개되는 삼성전자 경영전략회의에서 이 부회장의 메시지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삼성의 미래전략에 대한 점검 및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가장 주목받는 일정은 네덜란드 총리 접견과 초미세 반도체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ASML 본사 방문이었다. 조중휘 인천대 임베디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삼성은 궁극적으로 (최첨단 차세대 EUV 노광장비인) ‘하이NA EUV’ 장비 확보를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장비확보뿐 아니라 수율에 대한 삼성 입장을 전달하는 한편, 상호 간 연결고리를 찾아 AS 문제까지 논의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만큼 삼성의 조직문화에도 일대 변화가 점쳐지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을 떠난 지난 7일은 고(故) 이건희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한 지 정확히 29주년이 되는 날”이라며 “삼성전자 경영전략회의에서 이에 버금가는 변화의 바람이 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인수합병(M&A) 성과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지만, 조만간 의미 있는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게 삼성 안팎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