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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동통신 자회사들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 규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치열하다.
정부가 기업들과 논의 중인 안에는 통신 자회사의 알뜰폰 등록 조건으로 돼 있는 50% 점유율 규제의 산정 방식에서 사물인터넷(IoT)을 빼는 것도 포함돼 있다. 이러면 현재 통신자회사들의 알뜰폰 시장점유율이 49%에 육박해 사실상 내년부터 신규 가입자를 모을 수 없다. 지금은 IoT를 포함해 32% 정도다.
통신자회사의 알뜰폰 점유율 규제를 강화하자는 쪽은 ‘중소 알뜰폰 보호’를, 점유율 규제에 반대하는 쪽은 ‘알뜰폰 활성화를 통한 소비자 편익’을 내세운다.
통신 자회사의 알뜰폰 점유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은 KT자회사인 KT엠모바일이 사은품 및 경품 마케팅을 통해 알뜰폰 시장 1위로 올라서면서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사은품·경품 뿌린 KT엠모바일 1위로 등극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시장에서 독행기업(시장에서 파괴적인 역할을 해서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는 기업)으로 불렸던 헬로모바일은 LG에 인수된 뒤 가입자가 80만 명에서 67만 명으로 줄었지만, KT엠모바일은 과도한 경품 마케팅으로 1위가 됐고 SK텔링크는 몇 년째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경품이나 사은품으로 경쟁하는 것은 알뜰폰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알뜰폰에서도 ‘경품고시가이드라인’ 같은 걸 만들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KT엠모바일 같은 통신 자회사들이 경품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은 신고제로 돼 있는 요금제라도 정부에 가져갔을 때 통신 자회사들은 과도하게 낮은 요금을 설정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소 알뜰폰이 생존하려면 통신자회사에 대한 경품 마케팅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많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같은 이유로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경품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다.
시장 점유율 규제는 논란…누굴 위한 규제인가?
업계 전문가는 “만약 KT엠모바일이나 SK텔링크, 헬로모바일에게 신규 가입자 모집을 중단하라고 하면 이들 가입자가 중소 알뜰폰으로 옮겨갈 수도 있지만, 이통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로 옮겨가는 비중이 더 클 것”이라면서 “자칫 통신자회사 시장 점유율 규제가 통신비 절감에 도움이 되는 알뜰폰 시장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알뜰폰 통신자회사들도 당장 시장 점유율 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사후 규제로 ‘경품 가이드라인’ 을 도입해 중소 알뜰폰을 보호하고, 이후에도 시장이 혼탁하면 점유율 규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알뜰폰 통신자회사 관계자는 “정부가 50% 점유율 규제 산정식에서 IoT를 빼려면 현행 법상 통신 재판매(알뜰폰, MVNO)의 정의부터 바꿔야 한다”며 “법 개정 없이 마음대로 산정방식을 바꿀 순 없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중소 알뜰폰 보호를 위해 통신자회사의 점유율 규제를 강화하자는 방향성은 정해졌다”면서도 “방법론과 결론은 사업자들과 협의하면서 최대한 (알뜰폰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은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법이 통과되면 시행일자에 맞춰 준비할 것”이라면서도 “지금 상황에서는 등록조건에 따라 등록한 사업자들과 협의가 필요하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