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제개혁연구소(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가 산업은행이 채권을 보유한 99개 구조조정 기업을 분석한 결과, 워크아웃 43개사(43.4%), 법정관리 43개사(43.4%), 자율협약 13개사(13.1%)로 구성됐다.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3개 국책은행이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는 경우가 83개사(83.8%)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부담이 국책은행에 집중돼 있다.
각 구조조정 방식별로 해당 기업들의 자산 규모를 비교한 결과, 워크아웃 기업과 법정관리 기업 사이에는 규모 차이가 크지 않다. 반면 자율협약 기업은 월등히 규모가 크고, 대규모 기업(집단)은 대부분 자율협약 방식으로 처리되는 경향이 있었다.
자율협약은 적용회사 수는 적었지만 작년 8월 기준으로 99개 구조조정 기업 총자산의 48.9%, 금융권 총채권액의 60.5%, 산업은행 채권액의 59.4%를 차지했다.
연구소는 “이는 구조조정 방식의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해당 부실기업의 ‘규모’라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법적 근거없이 채권은행과 채무기업 간의 협의로 결정되는 자율협약 방식이 대규모 기업에만 선택적으로 적용된다는 사실은 구조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 절차 개시 직전 3년 동안의 재무비율을 살펴보면 구조조정이 공식 개시되기 이전에 부실징후가 상당기간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 특히 법정관리 기업은 부실징후가 오래 전부터 확연히 나타났다.
법정관리 40개 기업들의 경우 18개사(45.0%)가 3년 연속, 5개사(12.5%)가 3년 중 2년간 두 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됐다.
연구소는 “이는 부실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나 구조조정 절차가 개시돼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채권은행 주도 구조조정 절차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워크아웃 방식에 비해 자율협약 방식이 결코 선제적 구조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자율협약 방식은 대규모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불투명한 관치금융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자율협약 방식에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