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공통 QR결제' 규격 확정…확산까진 '첩첩산중'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카드업계가 QR코드를 활용한 결제 시장 키우기에 나섰다. 다만 범용 서비스로 나아가기에는 소비자에게 생소하고 가맹점 단말기 설치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지난달 말 국내 주요 신용카드사와 간편결제사, 국제브랜드사 및 VAN사 등이 모바일결제 소비 트렌드 반영, 결제편의성 제고와 범용성 확보 등을 위해 공통 QR 규격을 마련했다. KB국민·삼성·신한·하나·현대·롯데카드 등 6개 카드사가 이달 초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올 하반기에는 나머지 카드사도 공통QR 규격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디야커피의 ‘타이완페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작년부터 신용카드사는 간편 결제사, VAN사 등과 함께 공통QR 규격 개발을 추진해왔다. 카드업권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더 다양한 결제수단으로 고객 선택 폭을 넓히겠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2030세대에선 핀테크·빅테크 페이가 신용카드보다 더 많이 쓰이고 있다. 20대의 핀테크·빅테크 이용률은 59.5%로 신용카드(53.3%)보다 높았으며, 30대는 각각 65.1%, 60.9%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이후 업계는 참가회사 간 수차례 협의와 가맹점 테스트 등을 거쳐 글로벌 표준인 ‘EMVCo’의 QR코드 규격을 바탕으로 하는 공통QR 규격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소비자는 카드 가맹점에서 실물카드 없이 신용카드사 결제앱을 통해 모바일 QR결제가 가능하다. 공통QR 규격은 하나로마트, 이케아 등 국내 대형 유통점과 매머드커피, 메가MGC커피, 이디야커피 등 카페에서 우선 서비스를 시작한다.

그러나 카드사가 QR결제 활성화를 위해 헤쳐나가야 할 길은 험난하다. 카드 의무수납제에 따라 가맹점들은 고객이 제시하는 카드로 결제해야 하기 때문에 가맹점 대부분은 카드 단말기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QR코드 결제는 관련 법 등이 없어 가맹점에 QR결제가 가능한 단말기가 없어도 무방하다. QR결제가 기능을 탑재한 카드 단말기도 있지만 없을 때는 비용을 들여 추가로 QR 단말기를 설치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이미 쓸 수 있는 간편 결제 수단이 너무 다양하다. 핀테크·빅테크 페이 외에도 마그네틱 보안전송(MST) 규격의 삼성페이가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또 애플 충성도가 높은 아이폰 고객들을 중심으로 애플페이 사용 비중도 굳건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글로벌 브랜드 유니온페이와 제휴해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 관광객들이 국내에서 편리하게 QR을 이용하도록 하겠다”며 “아직 초기 단계기 때문에 법적 제도 뒷받침과 각종 제휴 등을 통해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