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국산호러의 `업그레이드 4`

  • 등록 2006-06-16 오후 12:40:00

    수정 2006-06-16 오후 12:40:00

[조선일보 제공] 한국 공포영화가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28일 개봉되는 ‘아랑’을 시작으로 7월 ‘아파트’ ‘어느 날 갑자기’에 이어 8월 ‘스승의 은혜’ ‘신데렐라’ ‘전설의 고향’ ‘귀신이야기’까지. 한국공포영화의 수준이 예사롭지 않다.

 ‘신인감독·신인배우의 실험장’, ‘저예산 급조 영화’라는 편견을 깨고, 과감한 투자와 수준 높은 캐스팅으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6년 여름, 관객의 까다로운 구미를 만족시켜줄 공포영화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할 듯 하다.

▲ 위에서부터 `아랑`·`아파트`·`신데렐라`
돈 안든다고? 완성도로 승부

공포영화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비 때문에 신인감독의 등용문으로 활용돼 왔다. 20억~30억원대(마케팅 비용 포함) 저예산을 투자해 관객 100만명이 넘으면 ‘대박’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작품성으로 승부하겠다고 도전장을 낸 공포영화들이 많다. ‘스승의 은혜’(42억원) ‘아파트’(40억원) ‘아랑’(40억원) ‘신데렐라’(36억원) 등 모두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 수준(45억원)에 가까운 돈을 투자했다.

공포영화를 차기작으로 선택하는 감독도 늘었다. ‘폰’ ‘가위’ 등을 만든 ‘공포 전문’ 안병기 감독은 강풀의 원작만화를 영화화한 ‘아파트’로 또 다시 공포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고,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동상이몽’ 등 ‘멜로 전문’이었던 봉만대 감독은 ‘신데렐라’를 통해 그의 필모그래피를 다른 색깔로 채워 넣는 시도를 했다.

‘스승의 은혜’ 제작사 화인웍스픽쳐스 문금영 과장은 “2000년 이후 ‘폰’ ‘장화홍련’ 같은 영화가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에서 성공하고 스타배우를 배출하면서 공포영화도 ‘완성도’에 신경 써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다”고 말했다.

소품 대신 공간 속으로

과거 ‘가위’(2000)나 ‘폰’(2002) ‘가발’(2005) ‘분홍신’(2005) 등에선 저주가 깃든 ‘소품’이 공포를 유발했다면, 올해는 한정된 ‘공간’에 공포를 밀어 넣는 영화들이 늘었다.

‘아파트’는 현대인의 일상적인 삶의 공간에서 사람들이 살해되는 내용이고, ‘어느날 갑자기’도 고속도로 톨게이트나 오피스텔에서 일어나는 괴기한 일들을 다루고 있다.

‘신데렐라’는 성형외과 의사인 어머니와 그의 딸이 머무는 집이 공포의 발생지가 되고, ‘스승의 은혜’에서는 초등학교 동창회가 열린 교사의 별장에서 잔혹한 살육이 벌어진다. 아랑’에서는 어느 시골의 소금창고가 원흉(元兇)이 된다.

‘아파트’ 제작사 아이엠픽쳐스의 박민경 과장은 “소품은 즉각적인 공포효과가 크지만, 일상적인 공간은 은근히 조여오는 심리적 공포를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량급 여배우 원톱·투톱으로

과거 공포영화는 ‘여고괴담’ ‘분신사바’에서처럼 10대 신인배우들이 무리로 등장하곤 했다. 스타보다는 장르의 특징인 ‘공포’만 잘 살리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아파트’의 고소영, ‘아랑’의 송윤아, ‘신데렐라’의 도지원, ‘스승의 은혜’의 오미희·서영희까지. 모두 영화나 드라마에서 경력을 탄탄히 쌓아 온 중견 여배우가 원톱 혹은 투톱으로 캐스팅 됐다.

특히 고소영은 2002년 ‘이중간첩’ 이후 가진 4년의 공백을 깨고 택한 첫 작품으로 공포영화를 택해 화제가 됐다. “장르영화를 하고 싶었다”는 고소영의 말에서 ‘공포’가 충무로의 인기 있는 장르로서 신뢰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랑’의 주연을 맡은 송윤아도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보다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에 끌렸다”고 한다.

恨·복수 코드 좀 더 강하게

제작비나 캐스팅은 업그레이드 됐지만, 소재는 여전히 ‘한(恨)’의 정서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한 품은 귀신의 복수”라는 한국 고전 공포의 계보를 잇는 것이다.

아예 ‘정통 공포 드라마’를 표방한 ‘아랑’은 경북 밀양에 전해져 오는 ‘아랑설화’를 토대로 ‘한 품은 소녀의 복수극’을 그렸다. ‘귀신이야기’ ‘전설의 고향’은 제목만 봐도 예상이 되듯, 소복 입은 귀신이 나온다.

귀신이 나오지 않으면 억울함을 당한 사람들의 ‘복수’ 코드가 적용된다. ‘스승의 은혜’는 교사에게 상처 받은 학생들의 복수를 다뤘고 ‘아파트’의 살인사건도 누군가가 품은 원한 때문임이 밝혀진다.

‘아랑’ 제작사 더드림앤픽쳐스 진명주 마케팅 팀장은 “한국 관객들은 여전히 공포영화에서 머리 길게 풀어헤친 귀신을 보고 싶어한다. 무작위적 살육을 그리는 슬래셔나 고어 영화는 잘 먹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쾅! 서울시청 인근 역주행
  • 韓 상공에 뜬 '탑건'
  • 낮에 뜬 '서울달'
  • 발목 부상에도 '괜찮아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