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의 자살과 폭스바겐 공매도

  • 등록 2009-01-07 오전 11:46:08

    수정 2009-01-08 오전 9:48:37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금융위기는 모든 이를 생사기로에 서게 만들었다. 남부러울 것 없던 억만장자도, 잘 나가던 자동차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위기의 바람이 거세지면서 전세계 자동차업체들은 이미 사망 직전에 놓였고, 큰 돈을 잃고 절망한 사람들의 자살 소식도 빈번하게 나온다.

▲ 아돌프 메클레
6일도 전세계는 한 억만장자의 자살 소식을 접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지난해 집계한 세계 부자순위 가운데 94위였고, 독일 5위 갑부인 아돌프 메클레(74)는 전날밤 독일 작은 도시 블라우보이렌의 철로에서 달리는 열차에 몸을 던졌다.

메클레는 조부로부터 물려받은 화학업체를 독일 최대 시멘트업체를 비롯, 제약 등 여러 사업군을 거느린 거대그룹으로 일궈낸 인물이다. 연매출만 405억달러 규모에 달했고, 임직원만 10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금융위기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그가 선택한 탐욕은 결국 그를 비극으로 내몰았다. 메클레가 감행한 투자의 상당부분이 큰 손실을 불렀지만 그 가운데 가장 잘못된 선택은 폴크스바겐 주식에 대한 공매도 베팅이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경기침체로 어려움에 빠진 자동차업체들은 금융주에 이은 매력적인 공매도 타깃이 됐다. 공매도는 주가하락을 노리고 주식을 빌려 매도 포지션을 취한 뒤 주가가 하락하면 싼 값게 되사 차익을 취하는 것으로 폭스바겐 주식 역시 여타 업체들처럼 공매도 세력의 좋은 먹잇감이 됐고, 메클레 역시 이 세력에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선택은 완전히 잘못됐다. 폭스바겐의 대주주였던 포르셰는 지난해 10월 폭스바겐의 지분율을 기존 35%에서 42.6%로 확대하고, 연말까지 50%까지 지분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경제상황만 허락된다면 2009년에는 75%까지 지분을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이 소식은 폭스바겐 주가를 폭등시켰고, 공매도 세력들은 큰 손실을 입고 만다. 메클레 역시 거액의 재산을 탕진했다. 물론 폭스바겐 투자실패가 92억 달러의 재산을 가진 그를 죽음으로 몬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다만 현재의 금융위기 상황에서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하게 되어 이것이 그를 죽음으로 몬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만이 나올 뿐이다. 메클레의 지주회사는 대략 67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한 억만장자를 죽음으로 이끈 포르셰는 주가 급등을 이용해 상당한 차익을 취했다는 점이다. 폭스바겐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자동차업체가 되어버렸고, 포르셰는 폭스바겐 주가가 210유로에서 1000유로로 치솟는 이틀 사이 자신들의 보유지분을 일부 매도해 상당한 주가수익을 거뒀다. 포르셰의 지난 2008 회계연도 순이익은 전년대비 51% 급증, 실적악화로 고전하는 다른 자동차업체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포르셰는 당시 주식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인 시장의 긴장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지분을 내다팔았다고 밝혔지만 주가 매도차익은 고스란히 그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고 독일 금융 당국은 비정상적 주가 움직임에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결국 폭스바겐 주가는 다시 급락하면서 상황이 종료된 반면, 이미 수많은 투자자들은 깊은 상처를 입은 뒤였다.

메클레는 정부와 30개 이상의 주요 은행 사이를 동분서주하며 구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해 결국 죽음을 택했고, 독일 정부는 "위대한 기업가를 잃게 됐다"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결과적으로 적법한 절차를 통해 공매도를 취한 그나, 지분율 확대 계획을 공시하고, 주가 급등락을 틈타 이익을 취한 포르셰 중 어느 누구를 탓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의 죽음 뒤에는 아직까지 진행형인 잔인한 금융위기만 놓여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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