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다세포 소녀(VOD)

발칙한 상상력, 덜 발칙한 메시지
  • 등록 2006-08-11 오후 12:00:00

    수정 2006-08-11 오후 2:03:28

[조선일보 제공] 원작이 있는 작품을 스크린에 옮길 때, 관객은 보통 이율배반적인 욕망을 갖는다. 자신이 확인했던 기존의 쾌감이 반복되기를 바라면서도, 그걸 넘어서는 새로움에 대한 갈망. 400만 넘는 네티즌이 열광한 동명 인터넷 만화를 원작으로 한 ‘다세포 소녀’(10일 개봉)는 그 딜레마를 해결하려는 감독의 모호한 타협이다.

사실 처음부터 의외였다. ‘정사’ ‘순애보’ ‘스캔들’을 통해 품위있는 아름다움의 한 극단을 보여줬던 이재용 감독이,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엽기의 극치”라고 이름난 ‘19금(禁) 만화’를 영화화하겠다고 동의한 것은. 덕분에 ‘다세포 소녀’의 영상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쾌락의 명문 ‘무쓸모 고등학교’의 리본 넥타이 교복(보라색 남학생 교복이라니!)은 패션의 최전선이고, 노랑 분홍 연두 등 강렬한 원색을 사용한 교실의 공간들은 청담동의 어떤 갤러리를 연상하게 만들 만큼 매혹적이다. 또 장면과 장면을 연결하는 뮤지컬 신은 기존의 한국영화가 밟아보지 못한 새로운 영토에 흥미로운 발자국을 남기며, 원작과의 차별화를 의식적으로 선언한다. 1인 다역(多役)을 어색하지 않게 만든 ‘정체불명 교사’ 이재용(감독과 동명이인)의 연기야 익히 이름난 바이지만, ‘궁상 아줌마’로 변신한 임예진이나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로 등장하는 김옥빈의 매력도 인상적이다.

‘다세포소녀’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어내기 보다 만화의 단편적 에피소드를 그대로 옮겨놓는 전략을 선택한다. 개별 에피소드가 가지는 도발적 매력을 100% 살리고 싶었을 것이다. 문제는 원작이 가지는 매력의 핵심 역시 ‘전복’과 ‘위반’에 자리잡고 있었다는 점이다.

영어선생이 성병에 걸려 결근하자 그 반 대부분의 여학생·남학생이 병원으로 달려가고(병문안 때문이 아니다), 핑크색 팬티를 입은 담임이 여학생에게 볼기를 맞으며 쾌감을 느끼는 문란한 학교. 단순한 성적 도발 뿐만 아니라, 기성 사회의 모든 편견과 고정관념에 대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아도 된다”고 선언하는 만화의 B급 상상력을, 살아있는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담아내기란 애초부터 버거운 일이 아니었을까. 거기에 더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까지 안고서 말이다.

실제로 영화는 몇몇 강도 높은 장면들을 삭제하거나 순화(인스턴트 처녀막을 인스턴트 모범생칩으로!)하면서 ‘15세 관람가’에 부끄럽지 않은 영상을 만들어냈지만, 원작을 경험한 관객들에게는 ‘전복’과 ‘위반’의 수위를 낮춰버렸다. 일관된 이야기 없는 에피소드의 병렬 역시 이 영화로 ‘다세포 소녀’를 처음 보는 평범한 대중 관객들에게는 당혹스러움으로 남을 것 같다.


▲`다세포 소녀` 예고편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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