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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공관장들은 정상을 맞이하거나 배웅하는 경우에나 활주로까지 입장이 허용된다. 다만 이날만큼은 코로나로부터 우리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쓰일 소중한 백신들이 잘 떠나는지 비행기가 이륙할 때까지 지켜보았다.
루마니아는 10월 하루 1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사망자 수도 우려스러울 정도로 치솟았다. 백신에 대한 허위정보, 부정적 인식으로 접종율이 낮은 게 큰 이유다. 이곳 외교단을 대상으로 4월부터 백신접종을 시작할 정도로 빠르게 대처했지만 EU 회원국 중 접종율이 여전히 낮고, 백신수급 불균형도 있었다.
우리 정부는 일부 백신 공급 차질 속에 추석 연휴 전 국민 1차 백신접종율 70% 달성을 위해 백신 물량에 여유가 있어 보이는 우방국들에 백신교환 등 협력의사를 타진했다. 루마니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 회신을 주었고,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긴밀한 협의를 했다. 그 결과 약 200만 도스의 백신을 어렵게 확보하고 9월과 10월 세 차례 안전하게 수송해 국내 백신접종에 도움을 줬다.
작년 3월 말 이 곳 총리실 고위인사로부터 긴급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데 한국산 진단키트를 신속히 구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우리 대사관은 바로 외교부 본부와 긴급히 협의했고, 그 결과 연락을 받은 후 단 3일 내에 수천만달러 상당의 수출계약이 체결됐다.
루마니아 정부 인사들은 백신협력의 주요 이유로 작년부터 이어진 ‘찐친’ 한국으로부터 따뜻한 지원과 손길이라고 얘기한다. 외교관계는 실리나 국가이익을 추구하면서 냉정하기도 하지만, 현지인들을 사로잡는 마음의 외교는 따뜻한 선물로 다시 되돌아온다. 작년 초부터 루마니아 코로나 대응을 위해 물심양면 도와주고 이들의 마음을 샀던 것이 200만도스 백신이라는 가뭄의 한줄기 비와 같은 선물이 돼 돌아온 것이다.
현재 양국 교역액은 10억달러 수준아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이 루마니아 넷플릭스에서 최장기간 동안 1등을 차지했고 BTS 사랑도 엄청나다. 전략적 동반자로서 양국 간 관계가 굳건하고 의료, 화장품, IT, 원자력발전이라는 유망한 시장도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며 NATO 회원국이기에 경제안보 차원에서도 협력할 분야가 많다. 백신과 보건협력을 넘어서 앞으로 활기찬 교류와 발전이 더욱더 기대되는 이유다. 우리는 찐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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