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에서 온 편지]어려울 때 도와준 친구가 찐친

루마니아 어려운 상황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지원
韓역시 루마니아 진단키트 요청에 신속히 응답
마음의 외교는 선물로 돌아와
  • 등록 2021-12-24 오전 9:27:54

    수정 2021-12-24 오전 9:27:54

김용호(왼쪽 세번째) 주루마니아 대사 등 한국 대사관 직원들이 9월 1일 루마니아 오토페니 공항 활주로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 수송기는 한국으로 갈 코로나19 백신을 싣고 있다. (사진=주루마니아 대사관 제공)
[김용호 주루마니아 대사] 9월 1일 늦은 밤. 초가을 제법 쌀쌀한 날씨에 대형 화물수송기가 이륙하기 위해 오토페니 공항 활주로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수송기 안에 기장과 승무원 몇 명을 제외하고 승객은 없었지만, 가슴이 뭉클했다.

보통 공관장들은 정상을 맞이하거나 배웅하는 경우에나 활주로까지 입장이 허용된다. 다만 이날만큼은 코로나로부터 우리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쓰일 소중한 백신들이 잘 떠나는지 비행기가 이륙할 때까지 지켜보았다.

루마니아는 10월 하루 1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사망자 수도 우려스러울 정도로 치솟았다. 백신에 대한 허위정보, 부정적 인식으로 접종율이 낮은 게 큰 이유다. 이곳 외교단을 대상으로 4월부터 백신접종을 시작할 정도로 빠르게 대처했지만 EU 회원국 중 접종율이 여전히 낮고, 백신수급 불균형도 있었다.

우리 정부는 일부 백신 공급 차질 속에 추석 연휴 전 국민 1차 백신접종율 70% 달성을 위해 백신 물량에 여유가 있어 보이는 우방국들에 백신교환 등 협력의사를 타진했다. 루마니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 회신을 주었고,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긴밀한 협의를 했다. 그 결과 약 200만 도스의 백신을 어렵게 확보하고 9월과 10월 세 차례 안전하게 수송해 국내 백신접종에 도움을 줬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루마니아가 선뜻 우리한테 백신이라는 선물을 준 것은 어떤 이유였을까?

작년 3월 말 이 곳 총리실 고위인사로부터 긴급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데 한국산 진단키트를 신속히 구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우리 대사관은 바로 외교부 본부와 긴급히 협의했고, 그 결과 연락을 받은 후 단 3일 내에 수천만달러 상당의 수출계약이 체결됐다.

긴박한 루마니아 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수송기를 급파하여 국산 방역물품을 수차례 실어 날랐다. 이는 나토 군용기가 이례적으로 인천에 들어오는 사례가 됐고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대사관은 양국간 보건 협력을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을 통해서 알렸는데, 사이버 공간에서 수많은 루마니아 국민들이 고맙다는 메시지를 전해왔고, 이에 화답하는 우리 네티즌의 따뜻한 반응으로 양국 국민들 간에 신뢰와 우정이 깊어졌다.

루마니아 정부 인사들은 백신협력의 주요 이유로 작년부터 이어진 ‘찐친’ 한국으로부터 따뜻한 지원과 손길이라고 얘기한다. 외교관계는 실리나 국가이익을 추구하면서 냉정하기도 하지만, 현지인들을 사로잡는 마음의 외교는 따뜻한 선물로 다시 되돌아온다. 작년 초부터 루마니아 코로나 대응을 위해 물심양면 도와주고 이들의 마음을 샀던 것이 200만도스 백신이라는 가뭄의 한줄기 비와 같은 선물이 돼 돌아온 것이다.

현재 양국 교역액은 10억달러 수준아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이 루마니아 넷플릭스에서 최장기간 동안 1등을 차지했고 BTS 사랑도 엄청나다. 전략적 동반자로서 양국 간 관계가 굳건하고 의료, 화장품, IT, 원자력발전이라는 유망한 시장도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며 NATO 회원국이기에 경제안보 차원에서도 협력할 분야가 많다. 백신과 보건협력을 넘어서 앞으로 활기찬 교류와 발전이 더욱더 기대되는 이유다. 우리는 찐친이니까.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생각에 잠긴 손웅정 감독
  • 숨은 타투 포착
  • 손예진 청순미
  • 관능적 홀아웃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