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호 국전약품(307750) 대표는 22일 이데일리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국내 원료의약품 시장은 작년 기준 인도 44%, 중국 18%, 한국 13% 등의 의존도를 보이는 구조다. 그는 “10여년 전만해도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맡는 기업이 많았다. 지금은 핵심기술을 인도, 중국에 이전하고 원료의약품을 싸게 들여와 정제만 하는 기업이 많다”며 “그 사이 인도, 중국이 치고 올라왔고 국내 원료의약품 제조는 후퇴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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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코로나19와 같은 예기치 못한 대외변수가 생길 때다. 최근 인도가 코로나로 물류운송 지연, 중단 등을 겪으면서 일부 국내 제약사에서 원료의약품 수급 차질을 우려하는 일이 벌어졌다. 원료의약품이 없으면 완제의약품을 생산할 수 없고 이렇게 되면 약이 급한 환자들이 피해를 입는다. 즉 원료의약품이 흔들리면 진정한 제약주권도 확보할 수 없다. 제약바이오협회가 올초 ‘5년 후 원료의약품 자급률 50%’를 목표로 제시한 배경이다.
하지만 홍 대표는 국내 원료의약품의 경쟁력 회복을 자신한다. 그는 “국내 원료의약품 가이드라인이 점점 상향돼 인도, 중국기업들이 맞추기 힘들어졌다”며 “전 세계 추세에 맞춰 환경 관리에 나서면서 제품 가격도 오르고 있다. 곧 가격 우위도 흐려질 것”이라고 했다. 또 한국기업으로서 국내 제약사들이 원하는 개발 일정을 맞출 수 있는 점,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을 충족하는 점, AS가 확실한 점 등 한국 기업들이 가진 경쟁력도 많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물론 선행조건은 있다. 국내 기업들도 지금보다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전약품이 지난 6개월간 코스닥 상장, 유상증자로 약 600억원의 자금을 모은 이유이기도 하다.
신성장 동력도 육성
‘케미컬토탈솔루션 회사’라는 목표 하에 사업 다각화도 추진한다.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에 쓰이는 소재 분야가 대표적이다. 3~4년 전부터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준비했다. 국전약품은 원료의약품 2공장 옆에 131억원을 들여 전자소재 전용 공장도 세울 계획이다. 홍 대표는 “원료의약품과 소재는 화학반응을 일으켜서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소재 시장에서 GMP 설비, 인력 등에 차별성이 있는 원료의약품 기업의 역량을 높이 본다. 하지만 아직 원료의약품 회사 중에는 제품 라이프사이클의 차이 등으로 소재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는 곳이 없다”고 했다.
소재 시장에서 국전약품이 기대하는 역할은 대기업 벤더사들의 파트너다. 벤더사들이 생산할 제품 일부를 국전약품이 만든다. 홍 대표는 “파트너를 맡던 회사들이 대체로 원맨컴퍼니다. 이들과 달리 우리는 연구, 커머셜 등 모든 과정을 신속하게 잘 할 수 있다”며 “기록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면서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약 개발에도 도전한다. 방식은 ‘협업’이다. 현재 국전약품은 대원제약과 고지혈증 치료제 신약, 샤페론과 경구용 치매치료제를 함께 연구 중이다.
홍 대표는 “신약 성공시 우리는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며 “혹여 실패해도 신약 연구·개발을 하면서 합성 역량을 키울 수 있기에 이득”이라고 했다. 이러한 계획들을 추진하다보면 5년 내 매출 1500억원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작년 매출보다 86% 증가한 수준이다. 홍 대표는 자신감 표현으로 최근 증자에서 보유하던 신주인수권을 매도한 후 유증에 초과 청약도 했다.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지난 3~4년간 씨앗을 많이 뿌렸고 향후 3~5년도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다. 한국의 바스프(세계적인 화학기업)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편 국전약품은 고 홍재원 씨가 1978년 창업했다. 장남인 홍종호 대표가 1997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지분은 54.51%(지난달 기준)로 최대 주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