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겨울바다

가슴 뜨거운 청춘들이 토해내는
한겨울의 에스프리
  • 등록 2008-02-14 오전 11:34:00

    수정 2008-02-14 오전 11:34:00


 
[조선일보 제공] 겨울을 맞아 이렇게 매혹적인 곳으로 변할 줄이야. 고운 모래는 고무래로 밀어놓은 듯 반듯하고 분가루처럼 부드럽다. 그 뿐인가. 맑은 바닷물과 온화한 파도, 대중 가사에도 등장했던 부산갈매기들은 해운대의 겨울바다를 낭만 넘치는 곳으로 꾸며 주고 있다.

해운대의 겨울바다는 고독이다. 너무 파란 바다는 정지된 비현실이다. 약 1.6km에 이르는 긴 백사장은 하얗게 바랜 공룡뼈 같다. 수십만 명의 피서객 때문에 몸살을 앓고 태풍에 엉망이 됐던 해변이 겨울을 맞아 이렇게 매혹적인 곳으로 변할 줄이야. 고운 모래는 고무래로 밀어놓은 듯 반듯하고 분가루처럼 부드럽다. 그 뿐이가. 맑은 바닷물과 온화한 파도, 대중 가사에도 등장했던 부산갈매기들은 해운대의 겨울바다를 낭만 넘치는 곳으로 꾸며 주고 있다. 피서철마다 TV화면을 채우던 목욕탕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른 풍경이다.

한겨울에 경부선을 탔다. 한때 마르고 닳도록 불렀던 뽕짝 '추풍령 고개'를 넘고 달리다가, 달빛 아래 춤을 췄던 영남알프스 억새밭이 생각나 들렀다가 갈까 했지만, 결국 빠른 길인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택했다. 진주에서 만나는 남해고속도로도 이제는 정이 들었다. 좀 꾸불꾸불하지만 새봄이면 조팝나무꽃, 개나리꽃 등이 만발하는 길이다. 어둑할 무렵 부산에 도착한 차는 황홀한 광안대교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조명이 현란하다. 금세 해운대의 불빛이 빛 잔치에 가세한다. 바다 위에 뜬 다리라서 바람이 꽤 세다. 해운대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노천탕에서 피로를 풀고 난간에 서서 해변을 내려다본다. 후끈한 몸과 차가운 머리, 탁 트인 어둠! 상쾌한 밤이다.

▲ 꼼장어 구이
겨울바다는 고독의 바다다. 자갈치시장에서 곰장어구이로 입맛을 돋우고 해운대로 다시 와서 밤바다를 거닌다. 손에 캔맥주가 들려 있다. 고독을 일부러 짜낼 필요도 없다. 패잔병 걸음으로 수은등이 켜진 백사장을 걷는다. 잔 파도가 어둠 속에서 흐느적거리고 찬 바람 소리가 불빛에 녹아든다. 이런 밤을 두고 그냥 자러 들어가는 사람은 신경세포가 마비됐거나 둔한 사람이다.

아침의 밝은 태양 아래 해운대는 크게 기지개를 켠다. 거위 목처럼 하얀 모래밭과 즐비한 빌딩들, 쪽빛 바다가 어우러져 야수파의 강렬한 그림등을 떠올린다. 유행가에서와 마찬가지로 배들은 아직도 오륙도를 돌아가고 있고, 갈매기도 슬피 울며 떼지어 해변으로 날아든다. 부산의 명물 기장 멸치가 수억만 마리 떼지어 파닥이듯이 파도가 강렬하게 반사된다.

문득 떠오른 단상 하나

지독히 가난했던 조앤 롤링이 오갈 데가 없어 늘 딸과 함께 칙칙한 싸구려 카페에 박혀 있지 않았다면 과연 환상 넘치는 베스트셀러 해리 포터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만약 그녀를 둘러싼 환경이 해운대 백사장처럼 밝고 아름다웠다면 현실 도피를 위한 극단적인 환상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운대의 소나무숲도 운치가 있다. 사람들은 조깅을 하거나 벤치에 앉아 사색을 즐기고 있다. 솔숲을 6.25때 미군이 차량 통행을 위해 무더기로 잘라 내지 않았으면 수해도 막고 휠씬 풍치도 좋았을 것이다. 해운대는 신라의 문장가인 최치원과 관련이 깊다. 최치원은 해운대 동백섬의 절경에 반해 자신의 자인 해운에 대(봉수대, 전망대처럼 사방을 볼 수 있게 높이 쌓은 시설)를 붙였다. 동백과 소나무가 울창한 동백섬에 최치원의 기념비와 동상이 있다. 해운대에서 남서쪽으로 보이는 오륙도는 조수의 차에 따라 섬이 5개 혹은 6개로 보이는 무인도이다. 일출 등 경치가 좋다.


 
해운대에 가면 부산의 몽마르트라 할 수 있는 달맞이고개도 들러보자. 김춘수 시인의 '해운대에서'라는 시문도 읽어 보자. 이곳은 젊은 연인들은 물론 가볍게 바람 쐬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추리문학관, 동백아트센터 등의 문화시설과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벚꽃 흐드러지게 피는 3~4월이면 꽃과 문화의 향기가 넘친다.

창파에 명월이요 청산엔 청풍이라
청풍명월이 고루에 가득 차니 홍진에 막혔던 흉금이 활짝 열리더라
바다도 좋다 하고 청산도 좋다거늘 바다와 청산이 한 곳에 뫼단 말인가
하물며 청풍명월 있으니 선경인가 하노라
누우면 산월이요 앉으면 해월이라 가만히 눈감으면 흉중에도 명월 있다
오륙도 스쳐가는 배도 명월 싣고 가더라.

- 부산시청 관공진흥과 www.busa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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