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의 ‘드라마 왕국’ 무너지나

케이블·위성 채널, 대형 ‘대박 드라마’ 속속 채비
지상파 자체제작 줄고 외주제작사도 非지상파 선호
  • 등록 2006-08-01 오전 9:05:27

    수정 2006-08-01 오전 9:05:27

▲ 슈퍼액션서 방송 예정인‘다세포소녀’
[조선일보 제공] 최근 케이블·위성 영화채널 OCN은 오는 11월부터 16부작 미니시리즈 ‘썸데이’를 방영한다고 발표했다. 제작비 45억의 대작으로, 배두나·김민준 등 스타 연기자에 극본은 영화 ‘실미도’의 작가 김희재씨가 맡았다. 면면이 웬만한 지상파 드라마를 앞선다.

연예·오락, 스포츠 콘텐츠는 이미 지상파의 손아귀를 벗어난 지 오래. 최근 케이블·위성 채널이 잇따라 대형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지상파 자존심의 상징이었던 ‘드라마’에 대한 우월적 지위마저 흔들리고 있다.

◆케이블·위성 이제 드라마로 승부한다

드라마 제작 열기는 온미디어 계열의 OCN이 가장 앞서간다. 이 채널은 ‘썸데이’를 주말 밤 10시에 편성, ‘사랑과 야망’(SBS), ‘발칙한 여자들’(MBC) 등 지상파의 주력 드라마와 맞대결할 예정이다. OCN은 이미 2년여 전부터 ‘동상이몽’, ‘가족연애사’, ‘코마’ 등 5부작 안팎의 자체 제작 콘텐츠를 방영해왔다. 반응이 좋았던 ‘가족연애사’는 속편이 제작되고 있는 중. 슈퍼액션에서는 인터넷 만화를 원작으로 한 40부작 ‘다세포 소녀’를 방영할 예정이다. CJ미디어는 새로 개국할 채널 TVN을 통해 16부작 드라마 ‘하이에나’를 10월 중 선보인다. 남성판 ‘섹스 앤 더 시티’를 표방하는 이 드라마는 제작비가 50억원 가량. CJ미디어는 MBC가 지난 2월 ‘늑대’를 대신해 축소 방영한 ‘내 인생의 스페셜’도 12부작 전편으로 방영할 방침이다. 온미디어 이영균 팀장은 “신작 콘텐츠로 시청자를 유인하는 것이 채널 이미지 제고와 시청률 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며 “이젠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체 제작 역량 감소… 떠나는 PD도 많아

지상파의 드라마 생산 능력도 떨어지고 있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 절반 이상이 외주 제작으로 이뤄지며, 때문에 스타 작가, 연출자, 제작사들의 ‘입김’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 방송사 내부에서도 히트작을 내면, 외주 제작사로 떠나버리는 PD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김종학 프로덕션의 경우, ‘허준’ 이병훈, ‘다모’ 이재규, ‘아줌마’ 안판석, ‘풀하우스’ 표민수 등 스타급 PD를 줄줄이 보유하고 있다. 한 PD는 “요즘 드라마 한두 편 성공시키면 원하는 아이템을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는 제작사로 나가고 싶어하는 PD가 많다”고 말했다.

방송사가 제작사 우위에 있던 과거의 관행은 옛말이 됐다. 김종학 프로덕션 박창식 이사는 “김종학·송지나 콤비가 다시 만나 배용준을 영입한 광개토대왕 드라마 ‘태왕사신기’는 방송 3사의 ‘러브 콜’을 한꺼번에 받은 끝에 MBC 방영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드라마 제작사의 숫자도 급격히 늘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10개 미만이던 것이 2006년 접어들며 40여개로 늘어났다. 한 제작사 고위간부는 “영국, 일본 등은 지상파 방송사가 직접 드라마를 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송출기능만 갖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상파 방송사의 위기 의식도 높아지고 있다. SBS 드라마국 공영화 국장은 “자체 제작 역량이 약화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로, 최근 방송사가 자체 제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외주 제작사, 드라마 판권을 지상파에 뺏기지 않겠다

제작사들은 ‘해외 판권’을 염두에 둘 경우, 케이블·위성과 계약을 하는 편이 지상파와 계약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간 지상파는 드라마의 국내외 판권을 대부분 독점적으로 소유, ‘한류’에 따른 과실을 독식해왔다. 하지만 케이블·위성채널은 방영권만을 구입하기 때문에 제작사가 자신의 콘텐츠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온미디어 관계자는 “최근 많이 유입된 일본 자본은 판권을 넘기지 않아도 되는 케이블·위성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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