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와 뮤지컬은 아버지와 양아들 관계?

[클래식 ABC]
  • 등록 2008-01-24 오전 10:18:00

    수정 2008-01-24 오전 10:18:00

[조선일보 제공] 최근 영화로도 소개된 뮤지컬 '렌트(Rent)에서 각본 없는 영화를 찍고 있는 감독 지망생 마크는 기타리스트 로저와 함께 뉴욕의 빈민가 아파트에 삽니다. 지난해의 집세(Rent)를 내지 못해 걱정하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전기가 끊기자 퇴거 공고 용지에 불을 붙입니다. 이 첫 장면부터 뮤지컬 '렌트'는 오페라 '라 보엠'의 번안극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19세기 말 파리의 보헤미안들을 20세기 말 미국 뉴욕의 청년 문화로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지요.

불이 꺼졌다며 촛불을 들고 오는 여 주인공의 이름도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미미입니다. '라 보엠'에서 수를 놓아 생계를 꾸리고 서정적인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를 부르던 여 주인공은 '렌트'에서 노출이 심한 춤을 댄스 클럽에서 추고 신나는 록 음악에 맞춰 "오늘 밤에는 나가자"고 노래합니다. 폐병으로 죽어가던 오페라의 여 주인공이 뮤지컬에서는 에이즈로 투병한다는 상황 설정에도 차이가 있지요.

오페라와 뮤지컬은 어쩌면 아버지와 양아들의 관계입니다. 둘은 우선 태어난 출생지가 다르지요. 오페라가 대략 16세기 말 이탈리아의 궁정이나 예술가 모임에서 탄생했다면, 뮤지컬은 20세기 전후의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를 고향으로 꼽습니다.

▲ 20세기의 미미는 나이트클럽에서 춤을춘다. 뮤지컬 영화‘렌트’의 한 장면

▲ 오페라‘라 보엠’에서 미미역을 맡은 소프라노 홍혜경.

족보 역시 다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오페라가 흔히 '클래식'으로 불리는 서양 고전 음악을 든든한 가족 배경으로 두고 있다면, 뮤지컬은 대중 음악과 친화성이 있는 것으로 분류합니다. 보통 오페라에서는 마이크와 확성 장치의 도움 없이 성악가의 목소리만으로 노래하지만 뮤지컬에서는 도움이 필수적이지요.

오페라가 오케스트라 연주에 바탕을 둔다면, 뮤지컬은 드럼과 베이스, 신시사이저를 활용합니다. 오페라가 우아한 발레를 삽입할 때, 대신 뮤지컬에서는 신나는 탭 댄스를 춥니다. 이 같은 차이는 모두 오페라와 뮤지컬의 출생과 가족사에서 비롯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차이에도 오페라와 뮤지컬은 노래로 관객을 웃고 울리는 '음악극'이라는 점에서는 분명 한 가족입니다. 19세기 말 파리 보헤미안의 낭만을 담은 '라 보엠'과 20세기 말 뉴요커의 희로애락을 묘사한 '렌트'가 크게 다르지 않듯 말이지요. 뮤지컬 '렌트'의 마지막 장면에서 쓰러진 미미의 이름을 외쳐 부르던 남자 주인공 로저가 록 기타로 연주하는 멜로디는 바로 '라 보엠'의 '무제타의 왈츠'입니다.

어쩌면 오페라는 뮤지컬의 현란한 동작과 빠른 장면 전환을 질투하고, 뮤지컬은 오페라의 고전적이면서 우아한 품격을 흠모하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서로 닮았으면서도 자신에게 없는 구석을 부러워하고 있으니 분명 가족은 가족인 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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