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화의 생명은 템포 느린 영화는 정말 싫어”

개봉 13일만에 400만 돌파 ‘타짜’ 최동훈 감독
  • 등록 2006-10-11 오후 12:00:00

    수정 2006-10-11 오후 12:00:00

[조선일보 제공] 영화 ‘타짜’가 개봉 13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흥행 드라마’의 주인공은 최동훈(36) 감독이다. 1997년만 해도 목동의 보습학원에서 ‘국어! 떴다 최선생’이었던 그는 이제 “충무로 최고의 데뷔작”으로 평가받는 ‘범죄의 재구성’(2004)에 이어 도박드라마 ‘타짜’로 충무로의 흥행 감독 타이틀을 굳혔다. 예상을 깨고 추석 연휴 관객을 ‘판쓸이’한 그를 만났다.

―‘가문의 부활’ ‘라디오스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과 박빙을 예상했는데 압승이다.
▲솔직히 2등 전략이었다. 사실 관객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영화의 스타일이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 덕분인 것 같다.

―전작 ‘범죄의 재구성’에 비해 속도는 더 빨라졌지만 드라마는 느슨하다는 비판도 있다.
▲‘범죄의 재구성’을 마친 뒤에 나중에 혼자 봤다. 드라마에 빠져드는 건 좋은데, 캐릭터가 좀 비어 보이더라구. 그래서 반성했다. 캐릭터에 더 집중하자. 사실 ‘타짜’에는 불필요한 서사가 좀 있다. 하지만 곁다리들이 중요하지 않은가. 고니(조승우)와 고광렬(유해진)의 연애 이야기는 쉬어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템포 조절을 위해 필요했다.(그는 간이역서 우동을 사 먹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범죄…’는 우동 먹으면서도 열차를 놓치면 큰일 나겠다는 느낌이 들도록, ‘타짜’는 우동을 즐기는 데 집중하도록 찍었다고.)

―누구나 두 번째 작품에 대한 부담이 있다. 첫 작품으로 ‘신인왕’을 수상한 격이라 더했을 텐데.
▲2년생 증후군이 왜 없겠나. 선배 감독들을 보면 방법은 하나다. 개봉하면 술 먹고 혼자 좋아하다가 빨리 잊어버리는 것. 그래서 ‘좋은’ 감독은 일희일비를 잘하는 감독이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그런 상황에서 원작(허영만의 동명 만화)의 인기 탓에 모두가 말렸던 ‘타짜’를 선택하다니.
▲내 무덤을 판 거지. 사실 처음엔 세 번 거절했다. 우여곡절 끝에 싸이더스 차승재 대표가 또 제안을 했고, 이번에는 어쩔 수 없다고 본 거지.

―그렇다면 결국 의리 때문인가(시나리오 공모전에서 10전 10패를 기록하던 백수 시절, 그는 싸이더스에서 감독 데뷔를 했다).
▲차라리 운명이라고 하자. 이렇게까지 ‘타짜’가 나한테 들러붙나 하는 생각. 사실 난 어떤 의미에서 운명론자다. 같은 병원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여자와 사귄 적도 있다.

―화투 영화지만 생각보다 화투 장면이 많지는 않은데.
▲보초만 서지 않으면 군대 갈 만하다, 강의만 안 하면 선생 할 만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화투 영화에서 화투가 많이 보이면 재미 없다. 자세하게 보여주는 건 마지막 한판이면 충분하다.

―실제로 도박은 좋아하나.
▲(처음엔 별로라고 눙치다가) 동양화는 우리의 삶이라고나 할까. 친척들이 명절에 집에서 화투를 칠 때 다른 어느 순간보다 웃음꽃이 피었다. 가장된 행복인지도 모르겠지만(웃음). 그런데 이 영화 찍고 나서 누구도 나와 함께 게임을 즐기려고 하지 않는다.

―한때 목동의 ‘국어! 떴다! 최선생’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는데.
▲이래봬도 학생들한테는 꽤 인기 있었다. 대학 졸업하고 백수 시절 1년 정도 하다가 영화아카데미 합격하면서 그만뒀다. 1등으로 입학했는데, 꼴찌로 졸업했다. 그리고 시나리오 공모전마다 떨어지면서, 정말 큰 상처를 입었지. 지금은 그때 습작했던 게 큰 자산이 됐지만.”

―자신의 영화에서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이 있다면.
▲드라마가 제1원칙이라고 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니까 제외하고, 내 답은 ‘템포’다. 영화감독에게 이건 소설가의 문체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타짜’는 총 2600컷이다. 그만큼 속도감이 느껴질 거라고 생각한다. ‘범죄…’는 1600컷이었고. 보통 한국 영화가 대략 1200컷 정도일 것이다. MTV세대가 아닌데도 이상하게 빠른 게 좋다. 다음 영화도 컷 수가 더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최동훈 감독이 말하는 ‘타짜’ 배우들의 매력

‘타짜’는 배우들의 에너지가 넘쳐나는 작품이다. 최동훈 감독이 요약하는 그들의 매력.

▲조승우=저 반듯하고 세련된 녀석을 데려다가 제대로 한번 망쳐놓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늑대인데 잔인하지 않고, 여우인데 얄밉지 않은 타짜, 고니. ‘역시’다.

▲백윤식=내 시나리오로 배우들이 처음 대사 연습을 하는 순간, 바로 안다. 잘 썼나, 못 썼나를. 그런대 백 선생은 “내가 시나리오를 이렇게 잘 썼나?”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나, 수술당했다’ 등의 대사를 처음 시나리오에 썼을 때는 정말 유치하다고 생각했었다.

▲김혜수=지금, ‘타짜’를 본 관객들이 김혜수 연기 잘한다고 얘기하지만, 우리는 4개월 전부터 알았다. 영화의 기술 스태프들이 상당히 까다로운데, 촬영 후 저녁 먹을 때면 모든 스태프들이 혜수씨를 칭찬했다. 더구나 성격까지 훌륭하지 않은가.

▲유해진=나는 정말 ‘일 잘하는 푼수’들이 좋다. ‘일 잘하는 악당’, ‘외로운 천재’들도 곳곳에 있지만, 유해진은 정말 ‘일 잘하는 푼수’다. 내 아이덴티티(정체성)와도 가장 맞닿아 있는 배우.

▲김윤석(아귀)=감독 지망생 시절부터 반했다. 대학로 학전 무대에서 연극하는 걸 보면서. 상대방의 타이밍을 생각하고 배려하면서 연기할 줄 아는 드문 배우다. 이번 영화에서 그가 출연한 장면은 단 다섯 신. (그 정도의 존재감을 보인다는 걸 안다면) 놀랍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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