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신데렐라 ‘가짜 박사’ 파문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동국대 신정아교수 학위 위조 의혹
예일대 총장 “학생 등록 기록없다” 동국대에 메일
미술계 “유능한 큐레이터가 이럴수가…” 충격
  • 등록 2007-07-12 오전 8:35:07

    수정 2007-07-12 오전 8:35:07

[조선일보 제공] 2008년 광주비엔날레 공동 예술감독에 선임된 신정아(35) 동국대 조교수(성곡미술관 학예실장)가 학력과 논문을 위조했다는 결정적 증언들이 나오고 있어 미술계가 일대 혼란에 빠졌다. 동국대 이상일 학사지원본부장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신 교수의 예일대 미술사학과 박사 학위에 관한 의혹이 불거져 오영교 동국대 총장 명의로 예일대에 확인 공문을 보낸 결과, 예일대 리처드 레빈 총장 명의로 ‘신 교수의 박사학위가 허위이며 예일대 학생으로 등록한 기록도 없다’는 이메일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예일대 대외협력처의 길라 라인스틴씨도 10일 본지와 전화통화·이메일을 통해 “예일대의 어떤 학과에도 신정아(Jeong Ah Shin)라는 이름의 학생이 등록됐거나 박사학위를 받은 기록이 없다”고 답했다. 또 연합뉴스는 11일 “(신 교수가 졸업했다는) 미국 캔자스대와 캔자스주립대에 따르면 이 두대학에서 학사, 석사, 혹은 박사학위를 받고 졸업한 학생 중 신씨와 이름이 같은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보도했다. 


▲ 신정아 교수(오른쪽)가 지난 4일 광주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으로 함께 선임된 오쿠이 엔위저씨와 함께 비엔날레 회의실에서 포부를 밝힐 당시의 모습.


신 교수는 금호미술관 수석큐레이터(1997~2001년)를 거쳐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으로 있으며, ‘아틀리에 아담슨전―데이빗 아담슨과 그의 친구들: 척 클로스, 로버트 라우센버그, 짐 다인 외’(2005년), 세계적 동화작가 존 버닝햄 40주년전(2006년) 등 해외 1급 작가들의 전시를 기획해 주목을 받아 왔다. 2006년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추천위원을 맡았고, 광주비엔날레 사상 최연소 감독으로 선정돼 크게 화제가 됐다.

이와 관련, 광주비엔날레측은 “1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신 교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18일쯤 이사회를 열어 현재 공동감독인 오쿠이 엔위저(Enwezor·미국) 1인 체제로 갈 것인지 새 한국인 감독을 뽑을 것인지 정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신 교수의 예술감독 선임을 철회할 것을 시사했다.

신 교수의 학위를 둘러싼 의혹은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에 임명된 지난 4일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동국대와 광주비엔날레측은 예일대 발신으로 되어 있는 신 교수의 박사학위 증명서류를 제시하며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보류해 왔다. 이 증명서류는 동국대가 신 교수를 채용할 당시인 2005년 9월 예일대에 문의하고 예일대가 답한 팩스다. 대학원 부원장(Associate Dean) 파멜라 셔마이스터(Schirmeister)씨가 ‘신정아(Jeong Ah Shin)는 1996년 8월 미술사학과에 입학해 2005년 5월 졸업했으며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내용에 대해 “예일대가 발급하고 내가 서명한 것이다”라고 확인해 준 것으로 되어 있다.

▲ 동국대가 예일대로부터 2005년 9월에 받았다고 밝힌 팩스. """"신정아(Jeong Ah Shin)는 1996년 8월 미술사학과에 입학해 2005년 5월 졸업했으며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내용(왼쪽)에 대해 대학원 부원장 파멜라 셔마이스터씨가“예일대가 발급하고 내가 서명한 것이다”라고 확인해 준 것(오른쪽)으로 되어 있다.

 
동국대 교무팀 김병호 과장은 “이 팩스는 동국대 교원인사팀에서 예일대로 우편물로 보낸 뒤, 예일대로부터 직접 답을 받은 것이라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동국대측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예일대에서 이 문서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했으며 우리도 자체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본지는 이 문서에 서명을 한 파멜라 셔마이스터 부원장과 전화통화와 이메일 접촉을 시도했으나 “7월 16일까지 부재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현재 유럽 출장 중인 신정아 교수는 지난 10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예일대 박사학위를 받은 것은 확실하다. 이는 동국대가 2005년 받은 서류에 입증돼 있으며, 귀국하는 대로 해명하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 교수의 미국 학력들이 모두 허위로 최종 확인될 경우 그녀가 썼다고 주장하는 논문은 물론이고, 동국대·광주비엔날레 등에 제출한 서류들, 예일대가 2005년에 보내주었다는 셔마이스터 부원장의 팩스까지도 ‘가짜’가 되는 셈이다. 미술계는 물론, 교수 사회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술평론가 최열씨는 “30대 중반에 이미 미술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 유능한 큐레이터였는데, 이 사건은 미술계에 너무 큰 충격이다”고 말했다.

신정아 교수는 35세에 미술계 요직 휩쓸어

35세의 나이에 주요 미술관 학예실장, 대학 교수, 주요 일간지 칼럼니스트를 거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해 미술계에서 선두를 달리는 큐레이터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추천위원과 주요 그룹의 미술품 컬렉션 자문위원도 할 만큼 각 분야의 신뢰를 받아왔다. “미술계에 새바람을 일으킨 인재”라는 평을 들어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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