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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는 당시에도 이미 주요 국가에선 이미 사라진 형벌이었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일본도 1947년 간통죄를 없앴고, 독일, 프랑스도 각각 1969년, 1975년 간통죄를 폐지했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 추세에 따라 1992년 정부가 나서 간통죄 폐지를 추진했다가 사회적 반발에 결국 이를 철회했다. 정부는 당시 간통죄 폐지를 포기하며 법정형을 ‘징역 1년 이하’로 낮추고 벌금형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마저도 국회 벽을 넘지 못했다.
간통현장 잡으려 경찰 대동해 현장 습격하기도
국회가 간통죄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간통죄로 수많은 사람들이 처벌을 받았다. 심지어 국회의원까지 처벌을 받을 정도였다. ‘성관계’를 내포하는 의미인 간통으로 처벌이 되려면 성관계에 대한 직접적 증거가 있어야 했다. 이 때문에 과거엔 배우자가 경찰을 대동해 모텔 등에서 이뤄지는 간통 현장을 덮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 권력의 개입에 대한 우려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국회가 개정이 실패하는 사이 시민들은 지속적으로 헌재의 문을 두드렸다. 헌재는 1990년, 1993년, 2001년, 2008년 네 차례에 걸쳐 ‘위헌이 아니다’는 결정을 내렸다. 특히 2008년엔 4명이 위헌, 1명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으나 위헌정족수 6인에 이르지 못해 기각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헌재는 2015년 2월 재판관 7 대 2의 다수 의견으로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간통죄 법률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단한 재판관이 7명이 됐지만 세부 의견을 들여다보면 ‘간통죄가 필요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 재판관은 5명에 불과했다. 위헌 의견을 낸 다른 2명은 ‘간통죄 취지엔 공감하지만 당시 법률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의견이었다.
당시 결정을 보면 5명의 재판관은 “민사법상 책임 외에 형사적으로 처벌함으로써 부부간 정조의무가 보호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형사처벌이 일반예방적 효과를 거뒀다는 자료도 존재하지 않고, 처벌 비율도 매우 낮아져 형벌로서의 처단기능도 현저히 약화됐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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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처벌 조항 완화됐다면 위헌 결정 안 나왔을 수도
당시 김 전 재판관은 “배우자의 간통행위가 있는 경우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여성이나 남성이 재판상 이혼청구와 함께 민법상 재산분할청구나 위자료청구로 혼인이 해소된 이후의 살아갈 방도를 마련할 수 있다”며 “현행 민법상의 제도나 재판실무만으로는 이들의 보호에 미흡하다. 경제적 약자의 보호에 아직도 간통죄의 존재 의의는 있다”고 지적했다.
강 전 재판관은 “간통은 혼인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일부일처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고, 배우자와 가족구성원의 유기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한다”며 “내밀한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혼인관계에 파괴적 영향을 미치게 된 때에는 단순히 윤리와 도덕적 차원의 문제라고 볼 수 없고 법적 규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것은 ‘피해 배우자 혹은 가정 보호’였다. 간통죄가 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잃은 후엔 불륜 사건의 법적 시비는 오로지 민사 영역에서 다뤄지게 됐다. 민사소송에서 불륜행위 그 자체만으로는 ‘위자료’ 지급을 통해 부정행위 당사자들의 책임을 묻는다.
민사나 가사소송에서 위자료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액이다. 이는 실제 경제적 손해인 실질적 손해와는 별개로 책정되는 배상 영역이다. 가령 간통 등 부정행위를 한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한 경우 정신적 피해에 대한 책임이 위자료라면,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진료 등을 받은 경우 병원비 등은 실질적 손해로 책정이 된다. 이혼소송에서의 재산분할 역시 ‘유책’ 여부와는 무관하게 책정되는 영역이다.
법원의 위자료 책정은 사안마다 어느 정도 기준이 정해져 있다. 통상적으로는 ‘살인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를 1억원으로 보고, 이를 기준으로 다른 위자료가 결정된다. 성폭행 피해자들에 대한 위자료의 경우 통상적으로 4000만원 안팎에서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자녀에 대한 장기간 성폭행 등 중형을 선고받은 사건에선 위자료가 수억원대 등 통상적인 기준을 넘는 경우도 간혹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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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를 포함한 부정행위의 경우가 2000만원 안팎에서 위자료가 결정되고, 상간자가 임신을 하거나 상대 배우자를 조롱하는 등 사안이 심각한 경우엔 4000만원 수준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성관계가 증명이 안 되는 부정행위의 경우엔 1000만원 아래에서 위자료 책정이 이루지는 경우도 많다.
상간소송의 경우 이혼과 연관된 경우엔 가정법원이 전속권을, 이혼 없이 소송을 제기한 경우엔 일반 민사 재판부에서도 진행된다. 다만 어느 법원에서 진행되는 것과 무관하게 위자료 책정은 동일한 기준으로 이뤄진다. 또 상간자나 바람을 핀 배우자에게 책정되는 지급 위자료 액수도 거의 동일하다. 이는 부정행위에 대해 어느 한쪽에 더 책임을 물릴 수 없다는 전제에서 비롯된다.
법조계 일각에선 ‘불륜에 대한 법원의 위자료 책정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불륜으로 가정이 파괴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천만원 수준의 위자료가 터무니없이 적다는 주장이다.
최민형 변호사(법무법인 에이시스)는 “실제 상간소송을 겪어보면 불륜 당사자들도 경제적으로 궁핍한 경우가 아니라면 위자료 액수에 크게 부담을 느끼는 않는다. 오히려 소송을 제기한 측에서 위자료 액수에 분통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반응만 놓고 봐도 현재 기준이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위자료 상향보다는 입법적인 해결책을 통해 피해 배우자를 보호를 위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법률을 해석하는 사법 영역에서는 ‘가정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기 쉽지 않다”며 “국회가 나서서 부정행위 피해자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접 간통죄 폐지 결정에 참여했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은 최근 발간한 저서 ‘헌법의 자리’에서 “(위헌 결정 당시) 간통죄가 완전히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은 (9인 중) 5인에 불과하다”며 “간통죄의 종국적 폐지 여부와 폐지에 따른 보완 대책(여성 및 가정 보호)에 대해선 국회에서 국민 여론 수렴과 논의를 거쳐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타당했찌만 국회는 이러한 고려 없이 2016년 1월 형법에서 간통죄를 삭제·폐지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