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해보는 인터뷰라며 그간 쌓아두었던 얘기들을 몽땅 털어놓고 있다는 조승우는 전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한 얘기 중 사생활에 대한 것들이 줄줄이 기사화 됐다면서 ‘기분이 다운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뷰하기 까다로운 배우’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소문과 달리 나직하지만 빠른 대답으로 취재수첩을 가득 메우게 했다.
28일 개봉된 ‘타짜’(감독 최동훈ㆍ제작 ㈜싸이더스 FNH)로 다시금 진가를 확인시킨 조승우와 따사로운 볕이 드는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앉았다.
영화 속 '고니'는 조승우의 일부
“어리게만 봤던 막내 남동생이 어느새 청년으로 성장한 기분이 들더라”고 ‘타짜’ 시사회의 소감을 전했더니 ‘씩’ 한번 웃기만 한다.
영화와 뮤지컬을 넘나들며 평범한 역할 대신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 낸 조승우에게 ‘타짜’ 역시 날카로운 그의 눈썰미를 자극했다. 아무 것도 모르던 주인공 고니가 세상의 단맛, 쓴맛을 알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조승우의 연기는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영화에 딱 들어맞았다.
조승우는 “작품을 결정할 때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가장 우선으로 둔다. 아무리 작품이 좋다 한들 캐릭터가 밋밋하다면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고니’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실제 나한테 있는 모습 중의 일부여서 고니라는 인물의 표현을 더욱 확실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승우는 선함, 순수함 등을 거론하자 피식 웃으며 “난 순수한 사람도 아니고, 착한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세상 어느 누가 스스로를 착하다고 말하겠냐며 대꾸했더니 조승우는 “미디어에서 보여진 내 모습은 표현하도록 정해진 것을 표현한 결과이지 실제의 모습은 아니다. 대중이 내게서 원하는 게 밝은 모습이라서 이미지가 박힌 것 같다. 그러나 절대 착한 사람이 아니다”고 거듭 부인했다.
초고속으로 '고니'가 돼버린 조승우
그러나 조승우가 원작의 고니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미스캐스팅’이라는 신랄한 비판도 다수를 차지했다. 이전의 작품들에서 보여준 말랑말랑한 모습들이 도박판의 거친 인생을 과연 표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조승우는 최동훈 감독이 자신을 선택하기 전 먼저 ‘고니’를 탐냈다. 출연진 모두 한번쯤 최동훈 감독과 일해보고 싶다고 입을 모은 것처럼 조승우 역시 최동훈 감독과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최감독님은 천재다. 일찍이 감독님이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는데 그 작품에 나도 끼었으면 하고 바랐다. 막연하게 누구와 일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타짜’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첫 장부터 마지막 장을 다 읽을 때까지 벌써 주인공을 연기하고 있는 기분이었다”고 그때의 감동을 들려줬다.
영화에서 타짜로 화투장을 가지고 현란한 손기술을 보여준 조승우는 거짓말 조금 보태 지문이 닳도록, 손가락에서 피가 날만큼 연습에 또 연습을 했다. 실제 타짜에게 개인지도를 받으며 늘 화투를 끼고 살았고, ‘밑장빼기’(화투패의 윗장을 빼는 척하면서 밑장을 빼는 것) 같은 기술을 연마했다.
조승우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공연 도중에 캐스팅이 되는 바람에 충분히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손에서 화투를 놓지 않고 계속 패섞기 연습만 했다. 진짜 타짜들이 하는 걸 보니 기술이 마술 같아 재미있었다. 그렇지만 원래 화투에는 흥미가 없어 촬영이 끝나고 다 갖다 버렸다. 필요하지 않으니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라며 무심한 어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