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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원 경제추격연구소 이사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떨어지고 있던 잠재성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은 민간의 활력을 되찾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경제추격연구소는 분야별 경제 전문가의 시각을 담아 지난 2017년부터 매년 ‘한국경제 대전망’을 펴내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코로나19 확진자 접촉으로 자가격리중 “경제공부를 하겠다”며 꺼내든 책이기도 하다. 김 이사장은 30여년간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무총리실을 거치며 산업정책을 직접 설계했으며 지난 2013년 특허청장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이후에는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산업정책에 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이사장은 코로나19 사태 대응 선방으로 내년 한국 경제가 빠르게 반등하겠지만 중장기적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고 봤다. 김 이사장은 “내년에는 기저효과 등에 경제가 상대적으로 선방할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 이후 중장기적으로 시계를 넓혀 4차 산업혁명으로 경제질서가 새롭게 설립되고 있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까를 보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중장기 경제전망을 보면 지난 2015~2019년 2.6%였던 잠재성장률이 2020~2024년중 2.0%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보유한 자본과 노동 등 생산요소를 모두 활용해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성장 수준으로 경제의 기초 체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 자체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정부의 소비·투자가 전체 경제 활력을 이끄는 펌프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경제가 살려면 민간에서 투자가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스탠다드 네거티브’ 규제 기조 확립을 핵심사안으로 꼽았다. 김 이사장은 “각 나라의 특성을 고려하면 국제적 기준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경쟁을 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우리나라에만 묶여있는 규제들은 투자를 주춤하게 하는 요인”이라며 “기본적으로 국제적 기준에 맞추어 다 허용하는 기조에서 우리나라의 특성상 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규제를 주장하는 주체가 사회적 설득에 나서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를 위해서는 국가가 나아가는 경제 방향에 대한 포괄적인 비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한국판 뉴딜은 ‘대한민국 대전환 프로젝트’을 표방하며 신산업에 160조원을 투입해 19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전통산업에서 신산업으로 중심이 옮겨가는 과정에서 사회 불신을 어떻게 풀어나가고 교육·고용·복지 개혁 등은 어떻게 할지에 대한 종합적인 플랜은 담겨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타다 갈등’과 같은 예를 들며 “새로운 기술의 흐름은 막을 수 없는 만큼 이같이 확고한 국가 비전을 바탕으로 신산업 중심으로 이동 과정에서의 사회적 충돌을 정부가 설득·조정할 때 규제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특히 이같은 설득·조정 과정에서 에서 대통령이 직접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노변담화’로 대표되는 그의 탁월한 소통 능력이 큰 역할을 했다”며 “대통령이 직접 야당과 경제계를 자주 만나 소통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