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의 문화재 읽기]말 많은 '국보1호' 왜 안 바뀌나

'문화재제자리찾기' 8일 국회 청원
"숭례문 상징성 부족하고 일제 잔재"
국가지정 문화재 순번 단순 관리 위한 것
재지정시 추후 가치 두고 논란 우려도
  • 등록 2020-10-12 오전 6:00:00

    수정 2020-10-12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25년간 이어온 ‘국보 1호’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8일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는 국회에 국보 1호를 숭례문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으로 바꾸자는 입법 청원을 제출했다. 혜문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는 “국보 1호 변경 논란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지만 문화재청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에 청원을 넣어 민주주의에서 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국보 1호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1995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일제가 문화재에 지정한 순번을 그대로 지정했다는 이유와 국보 1호로 상징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숭례문은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총독부가 ‘조선 보물고적명승천연기념물 보존령’을 시행하면서 보물 제1호로 지정했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왜병이 숭례문을 통해 조선의 도성에 첫 입성했기 때문이다. 해방 후 한국정부는 1962년 문화재보호법을 시행하면서 숭례문을 국보 제1호로 승격했다. 지난 2008년 숭례문이 화재로 불타고 전통 방식으로 복원을 진행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재지정에 대한 의견은 거세졌다.

국보 제1호 ‘숭례문’(사진=문화재청)
오랜 논란에도 번번이 국보 1호 재지정 논의는 무산됐다. 무엇을 국보 1호로 바꿀지 결정하기 쉽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문화재 지정번호는 가치 서열에 따라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관리주민등록번호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관리번호다. 그럼에도 국보 1호가 가지는 상징성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이를 이유로 가장 많이 거론된 것이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2005년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새로운 국보 1호로는 훈민정음이 적합하다”고 얘기했다. 혜문 대표도 “오랫동안 학계에서 연구를 한 결과 한글보다 더 우리 역사를 상징할 수 있는 문화재는 없을 것이라는 결과가 수차례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가치에 따라서 국보 1호를 새로 지정할 경우 이후에 더 좋은 문화재가 발견될 경우 또 다시 재지정 논란이 제기될 우려도 있다.

문화재청은 아예 국가 지정번호 제도 자체를 폐지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이 경우 문제는 비용이다. 사회·경제적인 비용은 물론 교과서·백과사전·표지판 교체 등에 들어갈 크고 작은 경비가 상당하다. 최대 451억 원이라는 추산도 나왔다. 또 국보 제78호와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처럼 문화재 등록번호는 다르지만 이름이 같아 혼선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결국 문화재청은 지금껏 이어오던 논의를 지난 2015년 백지화했다.

혜문 대표는 “문화재청도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면서 문화재위원회에서 부결시키고 있다”며 “국회에서 숙려해 결정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국보나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는 문화재청장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 또는 해제한다. 문화재 지정 해제는 문화재 가치가 심각히 훼손되는 경우로 극히 드물다. 지정 해제돼도 그 번호는 영구 결번된다. 이와 달리 국회 청원 내용이 본회의에 상정돼 채택될 경우 법적 시행 효력이 있는 만큼 실질적 변경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사진=문화재청)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있지, 가을이야
  • 쯔위, 잘룩 허리
  • 오늘도 완벽‘샷’
  • 누가 왕인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