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그루밍족’의 증가 등으로 남성 화장품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지만 그 폭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면서 부침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루밍족은 자신을 꾸미기 위해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일컫는 신조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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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성 화장품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2009년 7196억원에서 2013년 1조563억원으로 처음 1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최근에는 1조2000억원 안팎을 기록 중이다.
화장품 구입에 지출하는 금액도 한국 남성이 지난해 기준 4억9550만 달러(약 5490억원)로, 전 세계 남성 화장품 매출의 21%를 차지했다. 1인당 지출 금액으로만 놓고 보면 세계 1위다.
그러나 전체적인 성장 추이를 살펴보면 남성 화장품 시장의 성장 폭은 줄어드는 모양새다.
지난 2011년 8812억원에서 2012년 9875억원으로 12%(1063억원 증가) 최대 성장률 보인 뒤 점차 성장 규모가 줄었다. 지난해(1조1963억원)에는 오히려 2017년(1조2051억원) 대비 88억원 역 성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남성화장품 시장의 확대로 한때는 남성용 마스카라까지 등장했지만 지금은 판매하는 브랜드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자신을 꾸미는 남성들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립스틱에 아이섀도를 바르는, 제대로 화장을 하는 남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사용하는 화장품은 스킨, 로션의 기초라인과 베이스 기능이 포함된 선크림 혹은 피부 톤 보정에 쓰는 CC크림, BB크림까지가 일반적이다.
에이블씨앤씨 관계자는 “그루밍족 등으로 인해 남성 화장품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여성 화장품에 비해 확장할 수 있는 제품군 자체가 좁다”면서 “아이돌이나 전문 모델, 유튜버와 같은 사람들이 아니라면 사실상 일반인들은 스킨 케어와 선크림 등 기본 제품만 주로 소비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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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브랜드들은 남성 화장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용 라인을 론칭하고 있다. 제품군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여성 제품들과의 차이점을 부각하고, 기능성 라인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다수 남성 피부 톤은 남성 호르몬 영향으로 멜라닌 합성이 촉진돼 여성 피부 톤에 비해 어둡다는 점에 착안, ‘매우 밝은 피부 톤 1호’부터 ‘매우 어두운 피부 톤 5호’까지 다섯 가지 컬러로 출시했다.
또한 남성은 특히 여성에 비해 피지 분비, 유분 생성이 많아 메이크업 지속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감안해 파워 세팅 폴리머(Power Setting Polymer)가 피부에 자연스럽게 코팅될 수 있게 만들었다.
생활뷰티기업 애경산업 역시 지난해 18~24세 남성을 겨냥한 화장품 브랜드 ‘스니키’의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스킨케어 라인은 물론 △선크림 3종 △컨실러 2종 △컬러 립밤 2종 △아이 브로우 키트 2종 △클렌징 폼 △마스크팩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췄다. 특히 스니키가 지난달 선보인 ‘포엑스 라지 마스크팩’은 건조하지만 피지 분비량이 많은 남성 피부 특성에 맞춰 1일 1팩 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와 반대로 LG생활건강은 남성 색조 라인은 따로 출시하지 않고 기초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허브 코스메틱 브랜드 ‘빌리프’에서 선보인 남성 피부 전문 브랜드 ‘맨올로지’ 등 남성 전문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빌리프 특유의 수분감과 보습감을 담은 워터 로션과 모이스처라이저, 과도한 피지 분비로 번들거림이 고민인 피부에 적합한 세범 컨트롤, 예민하고 까다로운 남성의 피부를 관리해 주는 올인원, 클렌징 폼 등 총 14종으로 구성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3~4년 전 예측했던 남성 화장품 시장 성장세에 비해 그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Z세대의 트렌드에는 부합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놓칠 수 없다”면서 “다만 여성 화장품과 차별화한 제품군이 지속적으로 많아져야 정체기를 넘어 전체 규모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