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자체도 `예술`…스피커, 갤러리 채우다

'유국일의 메탈 스피커:원음 그대로'전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 31일까지
조형미 갖춘 '듀랄루민' 스피커 3종 선보여
  • 등록 2017-01-16 오전 6:00:00

    수정 2017-01-16 오전 6:00:00

유국일 작가가 자신이 제작한 스피커 ‘혜성’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더페이지갤러리)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소리를 개량해 전달할 수도 있고, 과장해 전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음을 만든 사람이 애써 전달하고자 한 것을 그대로 들려주고 싶은 게 제 평생의 목표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더페이지 갤러리에서 오는 31일까지 개최하는 ‘유국일의 메탈 스피커 :원음 그대로’ 전은 눈으로 보고 귀로 감상하는 독특한 전시다.

개인전을 연 유국일(52)작가는 대학에서 금속조형디자인을 전공하고 1993년부터 ‘메탈스피커’를 제작하고 있다. 따라서 유 작가는 순수한 의미의 금속공예가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스피커’ 업계에서는 ‘마에스터’로 불린다. 스피커 디자인으로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레드닷’, ‘IF’ 그리고 ‘CES’에서 14개의 상을 받았으며 세계 최고의 음향업체로 꼽히는 독일 아큐론사에서 유 작가에게 스피커의 조율을 맞길 만큼 국제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2003년 성곡미술관 개인전 이후 처음으로 여는 이번 전시에서 유 작가는 항공기를 만들 때 쓰는 두랄루민으로 만든 신작 스피커를 선보인다. 우주의 별에서 영감을 받은 ‘혜성’(Comet)과 사각형의 조형미를 강조한 ‘수직과 수평’(Horizontal and Vertical), 마차를 끄는 말의 머리를 연상하게 하는 ‘셀레네의 말’(Horse of Selene) 등 3종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금속조각같이 보이는 스피커에서 파도소리 같은 ‘화이트 노이즈’와 베토벤의 ‘황제’ 등 클래식 음악이 서로 엉키지 않은 채 흘러나온다.

유 작가는 나무가 아닌 금속으로 스피커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금속은 나무보다 소리가 정확하고 깨끗하다”며 “각각의 소리가 정확하면 소리의 주파수가 겹치지 않아 소리끼리 부딪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높이만 1.5m를 넘나드는 유 작가의 스피커는 무게도 개당 150~190kg에 달할 정도로 무겁다. 유 작가는 “스피커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진동을 제어하면서 소리의 임팩트만 있는 그대로 공간을 울릴 수 있다”며 “진동은 무게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나무보다 금속이 스피커 재료로 더 적합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유 작가의 음향철학은 소리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다. 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가수의 실제 호흡과 떨림, 자연에서 바람소리, 파도소리, 빗소리 등 눈을 감고 들으면 마치 그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한 기시감을 전하고 싶어서다. 스피커 자체가 공간을 차지하는 오브제로서 겉모습 역시 조형적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유 작가의 또 다른 철학이다. 실제로 유 작가가 선보인 스피커들은 소리의 명징함 외에도 외양 자체만으로도 남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음악을 잘 모르는 이른바 ‘막귀’라 할지라도 유 작가의 스피커로 듣는 ‘자연의 소리’는 그 자체로 심신이 안정된다. ‘수직과 수평’을 전시한 공간에서는 울진에서 녹음해온 파도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온다.

유 작가는 “눈을 감으면 앞에 실제로 바다가 펼쳐진 것 같은 공간감을 재현하고 싶었다”며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 자체도 예술적인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유국일 작가가 제작한 스피커 ‘수평과 수직’에서 나오는 울진의 파도소리를 관람객이 감상하고 있다(사진=더페이지갤러리)
유국일 작가가 제작한 스피커 ‘혜성’(사진=더페이지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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