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카피캣을 카피타이거로 키우려면

신기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선임부장·경영학박사
  • 등록 2020-11-06 오전 5:05:00

    수정 2020-11-06 오전 5:05:00

세계 1위 온라인 게임회사이자 중국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회사인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약 734조원이다.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340조원)의 2배가 넘는 수치다. 텐센트가 이처럼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적절한 모방전술이 있었다.

이 회사는 2002년 한국의 토종 SNS ‘싸이월드’ 시스템을 모방해 ‘QQ쇼’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때까지 텐센트는 인터넷 메신저 QQ에 대한 변변한 수익모델이 없던 상황이다. 싸이월드의 아바타 꾸미기를 본떠 중국의 패션 브랜드를 입히는 아이디어를 도입해 성공한 것이다. 텐센트의 최고경영자(CEO) 마화텅은 “남들이 고양이를 보고 고양이를 그릴 때, 우리는 고양이를 본떠 호랑이를 그렸다”고 말했다. 모방은 했지만 그 위에 더 좋은 아이디어와 시스템을 얹었다.

‘카피타이거’(Copy Tiger)라는 말이 있다. ‘고양이를 본떠 호랑이를 그리다’를 뜻하는 말로 성공제품을 그대로 모방한 ‘카피캣’(Copy Cat)과는 조금 다르다. 기존모델을 새롭게 변형한 사업화 전략을 뜻한다. 기존 모델의 불편을 개선하고 규모를 키운다는 의미로 고양이 대신 호랑이를 붙였다.

카피타이거 전략은 최초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다. 선진시장에서 검증된 사업모델을 빠르게 모방해 현지시장에 응용하는 유형이다. 다만 새로운 시장에서는 새로운 맞춤 제품이나 서비스로 출시한다. 카피타이거 전략은 스타트업 성공의 주요 요소인 시장적합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텐센트처럼 출시 및 운영과정에서 잘하면 크게 성공할 수 있다. 특히 이 전략은 스타트업이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기업)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유용한 전략 중 하나다. 유니콘 기업들은 시장적합성을 확보하고 빠른 속도로 플랫폼을 구축,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판 에어비앤비 ‘투지아’, 동남아판 우버 ‘그랩’등이 그렇다.

유니콘 기업을 많이 보유한 나라는 체계적인 지원제도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규제와 부족한 인식 등에 막혀 기업성장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K-유니콘 육성을 위한 제도정비가 필요한 이유다.

우선 혁신기술을 가진 창업자가 범죄자로 전락할 것을 우려해 도전을 꺼리게 해서는 안 된다. 획기적 기술은 초기 단계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성장하면서 기존산업과의 충돌이 생길 때 문제가 불거진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성장하던 기업은 결국 기존산업의 장벽 때문에 무너진다. 혁신성장 산업인 드론, 헬스케어, 데이터, 공유서비스 등의 업종에서 어려움이 있다.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변경해야 하는 이유다.

두번째로 벤처캐피털 활성화가 필요하다. 기업자금이 부족한 것만은 아니지만 스타트업은 사업 초기에 투자하는 모험자본이 부족하다. 한국 벤처캐피탈의 초기 기업 투자는 28.6%에 그친다. 스타트업을 포함한 벤처기업의 자금줄이어야 할 벤처캐피털이 자금회수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핵심 기술인재가 필요하다. 미국 유니콘 창업자의 컴퓨터 전공자 비중은 약 30%다. 반면 한국의 유니콘 기업 12개사 가운데 창업자가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기술창업한 경우는 2건에 불과하다. 시장검증이 끝난 비즈니스 모델을 국내 스타트업이 시도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 및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 그래야 고양이 대신 호랑이를 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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