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 킹’ 한국 초연 “하쿠나 마타타”

“하쿠나 마타타” … 잘 될 테니 걱정 말라
만화영화로는 재생안되는 뮤지컬만의 마법 돋보여 일부 배우 등 기대에 미흡
  • 등록 2006-10-23 오후 12:00:00

    수정 2006-10-23 오후 12:00:00

[조선일보 제공] “만화영화보다 재미있어요. 동물들 움직이는 게 신기하고, 노래도 좋았어요.”

22일 서울 잠실의 샤롯데 극장. ‘라이온 킹’ 1막이 끝나고 이 뮤지컬 삽입곡 중 하나인 ‘하쿠나 마타타’(“잘 될 테니 걱정 말라”는 뜻)를 흥얼거리던 관객 이지연(12)양은 “남동생을 데려오길 잘했다”며 웃었다.

일본 초대형 극단 시키(四季)가 이날 ‘라이온 킹’ 첫 프리뷰 공연을 올렸다. 프리뷰라서 관객은 모두 초대 관객이었다. 한국 배우들이 한국어로 올린 이 디즈니 뮤지컬에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인 건 아이들이었다.

서른 가지 동물들의 특징과 움직임을 섬세하게 표현한 가면과 인형, 눈이 휘둥그레지는 무대 메카니즘엔 성인 관객도 탄성을 질렀다. 얕잡아 보다 한 방 먹은 듯한 표정의 40대 여성은 극장을 나오며 이렇게 혼잣말을 뱉었다. “아이 있는 집 겁나겠다. 이거 안 보여주곤 못 견디겠는걸….”


▲ 22일 개막한 뮤지컬‘라이온 킹’. 전용극장에서 1년 넘게 계속되는 장기공연이라 국내 뮤지컬 사상 최초로 30만 관객 이상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극단 시키 제공

1997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후 영국·일본 등 8개국을 돌며 히트 릴레이를 이어간 ‘라이온 킹’은 힘센 뮤지컬이었다. 막이 오르면 객석 통로를 통해 동물들이 등장한다. 배우 네 명이 들어가는 코끼리, 우아하게 움직이는 치타, 키가 3m가 넘는 기린, 뒷발로 바닥을 치며 뛰는 얼룩말, 허공을 맴도는 새들…. ‘서클 오브 라이프’의 힘찬 멜로디가 극장을 가득 채웠다 멀어질 때 터진 객석의 함성과 박수는 이날 암전(暗轉)의 순간마다 10번 넘게 되풀이됐다.



숙부(스카)의 함정에 아버지(무파사)를 잃는 심바가 품바와 티몬의 도움으로 성장해 왕위를 되찾는 이야기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다. 하지만 줄리 테이머의 경이로운 인형·의상 디자인, 최첨단 무대와 조명에 담은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정글, 엘튼 존이 곡을 쓰고 팀 라이스가 가사를 붙인 음악, 긴장·이완을 맞붙이는 장면 전개는 만화영화로는 재생할 수 없는 뮤지컬만의 마법이다. 특히 5겹의 입체적인 공간을 만든 들소 떼의 돌진, 심바가 호수를 들여다볼 때 무파사의 얼굴이 나타나는 장면은 잔상(殘像)이 길었다.



초반부에 음향이 불안했던 것을 비롯해 첫 프리뷰는 흠도 적지 않았다. 스카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극의 균형을 잡아줘야 하는 역이었지만, 이날 무대에 선 재일교포 김승락은 우리말 발음이 부정확했고 가창력도 약했다.

마법사 라피키 역도 시키의 대표적인 한국인 배우였던 김지현의 빈 자리를 더 커 보이게 했다. 시키 대표이자 연출을 맡은 아사리 게이타는 이날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이번에 드러난 배우들의 문제는 1년 이상의 장기공연을 바라는 그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극단 시키는 철도역 안에 전용극장을 짓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하철 잠실역은 ‘라이온 킹’ 배너가 촘촘하게 붙어 있어 극장 입구 같았다. 국내 최초의 뮤지컬 전용극장인 샤롯데(1200여석)는 2층 앞줄부터 무대까지의 거리가 13.7m로 손에 잡힐 듯 가까웠고 B석(5만원)에 앉아도 시야가 좋았다.

이 작품이 한국에서도 ‘패밀리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개척할 수 있을까. 답은 당신들, 가족 관객이 안다. 공식 개막은 28일. 1588-7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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