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끌려간 ‘홀치기’ 발명가…法 “유족에 7억 배상”

  • 등록 2024-08-25 오전 10:18:25

    수정 2024-08-25 오전 10:18:25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박정희 정권 당시 남산으로 끌려가 염색 기술 특허권을 빼앗긴 발명가의 유족이 국가로부터 7억 3000여만원을 배상받게 됐다.

신씨의 자필 특허권 및 배상금 포기 각서. (사진=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홈페이지)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이세라 부장판사)는 직물 특수염색 기법인 ‘홀치기’를 발명한 고(故) 신모씨의 자녀 2명에게 국가가 총 7억3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연이자 등을 합해 신씨의 자녀들이 받게 된 돈은 총 23억 6000여만원이다.

신씨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은 직물 염색 기법인 ‘홀치기’를 발명해 5년의 소송전 끝에 1969년 특허권을 획득했다. 특허권을 가진 신씨는 1972년 5월 자신의 기술을 모방한 다른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 승소해 5억 2000여만원을 배상받게 됐다.

그러나 신씨는 곧 ‘손해 배상 소송을 취하하고 특허권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쓰게 됐다.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 의해 남산 분실로 끌려가 협박을 당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조사 결과 신씨가 특허권 포기를 강요당한 이 사건의 배경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신씨가 연행되기 전날 열린 ‘수출 진흥 확대 회의’에서는 홀치기 수출 조합이 상공부 장관에 “민사 소송 판결 때문에 수출에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고 알렸다. 이를 보고받은 박 전 대통령이 수출업자들을 구제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신씨는 세상을 떠나기 전 2006년 1기 진실화해위에 진실 규명을 신청했지만 당시 중앙정보부의 역할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방법이 없어 각하됐다. 결국 신씨는 2015년 명예를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이후 유족이 다시 진실 규명을 신청해 지난해 2월 진실 규명 결정을 받았고, 이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신씨는 불법 감금돼 심리·육체적 가혹 행위를 당해 자기 의사에 반해 소 취하서에 날인하게 됐다”며 “이에 따라 회복하기 어려운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신씨는 자녀가 재차 진실 규명을 신청하기 전에 사망해 생전에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좌절됐다”며 “공무원에 의해 조직적이고 중대한 인권 침해 행위가 일어날 경우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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