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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법 개정안은 남는 쌀을 정부 예산으로 사들이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쌀이 남지 않으면 예산이 들어갈 리도 없겠지요. 그러니 쌀 소비를 늘리면 양곡법 개정안도 필요가 없다는 게 조 최고위원 발언의 취지로 읽힙니다. 그러면서 소비가 늘지 않는 원인 하나로 ‘여성의 다이어트’로 진단하고, 소비를 늘릴 방법으로 ‘밥 한 공기 비우기’를 제시한 겁니다.
‘밥 한 공기 비우기’는 대안일 수 있을까요.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해 56.7kg이었습니다. 5년 전(2017년·61.8kg)보다 5kg 넘게, 10년 전(2012년·69.9kg)보다 13kg 넘게, 20년 전(2002년·87kg)보다 31kg 넘게 각각 줄었습니다. 30년 전(1992년·112.9kg)과 비교하면 지금은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 기간에 온 국민이 식사량을 줄인 게 아니라, 쌀 말고 다른 걸 더 먹은 걸로 보는 게 합리적이겠지요. 당장 입맛을 바꿔 밥 한 공기를 비워야 할 유인이 있을까요. 게다가 밥그릇 크기도 이전보다 작습니다. 지금의 고봉밥이 20세기 중반에는 반 공기에 불과한 수준이죠.
조 최고위원의 발언이 나온 5일은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 날입니다. 투표함을 열어보니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이는 울산의 남구 기초의원으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했습니다. ‘전광훈 천하통일’(김재원), ‘4·3은 김일성 지시’(태영호)에 이어 ‘밥 한 공기 비우기’(조수진) 등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설화가 잇따른 뒤였습니다. 여당 일각에서는 재보궐 선거 결과를 위기의 전조로 바라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