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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쏟아지는 햇살을 받은 나뭇잎이 일제히 빛을 낸다. 어느 붓이 저토록 섬세하게 결을 냈나, 슬쩍 다가가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다. ‘자개’다. 쏟아지는 색감이 매끈한 질감을 먹고 깊은 공간감을 내뱉는 중이다. 진짜 어두운 숲 속에 길을 낸 듯 말이다.
작가 정직성(44)은 자개회화를 한다. 얇게 간 조개껍데기를 이리저리 오려내 촘촘히 붙이고 박아 그림을 그리는 거다. 나전칠기라지만 전통의 맛보단 현대의 감이 도드라진다.
‘202021∼23’(2020)은 각각의 3점을 끊어내듯 연작으로 만든 작품. 질긴 손끝의 공력이야 말해 무엇할까.
21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7길 이유진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특별한, 특별한 사물’(Special, Specific Objects)에서 볼 수 있다. 나무에 삼베·자개·옻칠마감. 160×48.5㎝(각각). 작가 소장. 이유진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