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건설이슈]사고에 수사에...요즘 건설사 왜 이러죠?

  • 등록 2015-03-28 오전 6:00:00

    수정 2015-03-28 오전 6:00:00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건설업계에 바람 잘 날 없습니다.

먼저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경기도 용인의 한 도로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국가지원지방도로 23호선(남사~동탄) 3공구 냉수물천교 교량 공사장이었습니다. 이곳에서 콘크리트 때려 박기 작업 중 교량 상판 20여m가량이 무너져 내리면서 인부들이 10m 아래로 추락한 것입니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했습니다.

잇따른 붕괴사고…용산 지반 침하도 시공사에 책임 돌려

사고 현장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경기도 동탄신도시 광역교통계획의 하나로 발주해 롯데건설이 2012년 말부터 시공을 맡았습니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당장 난감해졌습니다. 그룹 숙원 사업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타워’를 둘러싼 안전 논란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라서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4일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 100층 돌파를 기념하는 행사에서 “(타워 안전 문제로) 심려를 끼쳐서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과 하루 뒤인 25일 용인 사고가 터지자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과 임직원은 현장으로 달려가 허리를 숙였고, 이달 26일로 예정됐던 롯데월드타워 시공 안전 설명회도 부랴부랴 취소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용인 동부경찰서는 교량 붕괴 사고와 관련, 지난 26일 롯데건설 현장 사무실과 LH 동탄사업본부, 하도급 업체인 대도토건 현장 사무실, 자재를 공급한 K사 등 4곳을 압수 수색했습니다. 설계·시공 부실이나 안전 수칙 미준수 사실이 드러나면 관련자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형사 입건하겠다는 겁니다. 롯데월드타워도 진동·누수 등 안전성 논란 속에 지난해 12월 16일부터 100일 넘게 영화관과 수족관 전체가 영업 정지(사용 제한) 중입니다.

안전 문제로 도마에 오른 건 롯데뿐만 아닙니다. 용인 교량 붕괴 사고가 일어난 바로 그 날(25일), 국외에서 또 사고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삼성물산이 베트남에서 시공 중인 철강단지 항만부두 건설 현장에서 이날 임시 가설물이 붕괴한 것입니다. 베트남 중부 하띤성 해안 붕앙경제특구 내 포모사 하띤 철강회사 공장에서 항만부두 방파제의 기초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제작을 위한 거푸집이 무너졌습니다. 이 사고로 무려 13명이 숨지고 29명이 부상했습니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26일 사고 현장을 찾아 수습에 나섰고, 현재는 베트남 당국이 안전 조치 소홀 등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구 주상복합 신축 공사장 앞에서 발생한 지반 침하 사고를 시공사인 대우건설 책임이라고 잠정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죠. 이처럼 건설업계의 ‘안전 불감증’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하는 모습입니다.

檢, 건설사 수사 박차…분양 중단·법정관리까지

건설사를 겨눈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27일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자택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검찰은 전날 포스코건설 현직 토목환경사업본부장인 최모 상무 집도 압수수색했습니다. 검찰은 최 본부장이 2009년부터 베트남 고속도로 사업을 국내에서 관리·감독하면서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혐의를 수사 중입니다. 비자금 중 40억여원은 국내로 유입돼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및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에게까지 흘러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중흥건설은 올해 아파트 분양 사업을 접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총 1만 3000여가구를 분양할 계획이었는데, 임대 3500여가구를 제외한 대다수 사업을 보류하겠다는 겁니다. 검찰의 비자금 수사로 금융권에서 사업 자금을 빌리기 어려워진 때문입니다. 중흥건설은 전남 순천시 신대배후단지 개발지구 내 공공시설 용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용도 변경을 통해 1000억원 상당의 특혜를 받고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지난 17일 중흥건설 본사와 계열사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25일에도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과 회사 회계 책임자 2명의 집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했습니다.

해외 자원 개발 사업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경남기업은 27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1951년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지난달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경남기업은 앞서 채권 금융기관에 긴급 운영자금 1100억원 등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비자금 조성과 탈세·불법 외환 거래 등 검찰 조사 악재가 불거지면서 채권단이 지원을 거절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협력업체 도산과 아파트 입주 예정자의 입주 지연 등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국내 건설업계 1위 기업인 삼성물산은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설이 돌고, 삼성엔지니어링도 연내 인력 700여 명을 줄이기로 한 마당입니다. 업계에 부는 찬바람이 더 매섭게 느껴진다는 것이 요즘 건설맨들의 하소연입니다.

쌍용건설 회생·AIIB 가입 낭보에도 업계 ‘우울’

밝은 소식은 없을까요. 두바이 투자청에 인수된 쌍용건설이 26일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졸업했습니다. 2013년 말 법정관리 신청을 한 지 1년 3개월 만입니다.

대형 낭보도 하나 있습니다. 정부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건설업계의 먹거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것입니다. AIIB는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개발을 위해 저리로 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국내 건설사가 아시아 지역 내 인프라 사업에 뛰어들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그러나 코앞에 악재가 첩첩이 다 보니 아직 먼 미래의 불투명한 호재는 실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건설업이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입니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53년 GDP의 2.2%에서 1990년 9.5%까지 상승했다가 10여 년 만에 반 토막이 난 것입니다. 건설 투자 감소로 인한 업계 쇠퇴가 점쳐지는 가운데 여전히 벗어던지지 못한 안전부실·비리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건설인들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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