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따뜻해지면 좋은 것 아닌가요? [물에 관한 알쓸신잡]

지구 온난화와 기상 이변
  • 등록 2022-04-02 오전 11:30:30

    수정 2022-04-02 오전 11:30:30

[최종수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바야흐로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입니다. 봄은 눈으로도 즐기지만 제대로 즐기려면 입으로도 느껴야지요.

쌉싸름한 제철 곰취 나물을 주문하려고 강원도 양구군 특산물을 찾다가 의외의 농산물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사과였습니다.

양구군은 대표적인 고산지대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특산물은 시래기, 곰취, 옥수수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대구와 경북지방이 주산지였던 사과가 양구에서 재배되고 있었습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대구를 주산지로 했던 사과는 경북, 충북을 지나 강원도까지 올라갔고 제주도의 한라봉은 경주에서 신라봉이라는 이름으로 재배되고 있습니다.

예전 초등학교 시험에 단골로 나왔던 농산물의 주산지 개념이 송두리째 흔들립니다. 기후변화가 농작물의 주산지를 북쪽으로 한참 밀려 올렸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농작물의 주산지 변화뿐만 아니라 기후변화가 가져올 훨씬 심각한 경고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빙하가 녹아 북극곰 살 곳이 사라지고 머지않아 몇몇 섬나라는 물에 잠긴다고 합니다.

일반 시민들도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심각성과 장래 예측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상당한 차이를 두고 있는 듯합니다. 오히려 일부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지구가 따뜻해지면 좋은 거 아냐?” “물이 부족한데 비가 많이 오면 좋은 게 아닐까?”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을 가지기도 합니다.

일기예보를 통해 자주 접하는 날씨는 특정한 지역의 대기 상태를 말합니다. 비가 오거나 춥거나 더운 대기 상태를 말합니다.

이에 비해 기후는 특정 지역의 날씨를 30년 동안 평균한 자료입니다. 사람에 비유하면 날씨는 기분이라고 할 수 있고 기후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분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성격은 잘 바뀌지 않듯이 날씨와 기후도 마찬가지입니다. 날씨는 자주 변하지만 기후는 잘 바뀌지 않습니다.

최근 들어 자주 듣는 기후가 변했다는 말은 지난 30년 동안의 평균치를 벗어나는 기상 이변이 자주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으로 말하면 30년 지기 친구가 갑자기 예전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기 시작한 셈이죠. 안타깝게도 친구 성격은 점점 괴팍해져 가고 선을 넘는 돌출행동도 잦아졌습니다.

기후변화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로 대표되는 온실가스가 증가해 지구가 점점 따뜻해지면서 폭우, 폭염, 태풍, 가뭄 등의 기상이변이 잦아지는 현상입니다. 지구의 평균온도는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1.09℃ 높아졌다고 합니다.

언뜻 생각하면 200년 동안 1℃ 상승한 것에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온도 상승속도가 너무 빠르고 온도상승이 다른 기상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을 통해 가속화된다는 것입니다.

온도 상승이 가속화되는 악순환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지구 평균온도가 올라가 빙하가 녹으면 극지방을 덮고 있던 ‘하얀’ 얼음은 ‘검푸른’ 바다로 바뀝니다. 햇빛을 반사하던 하얀색이 햇빛을 흡수하는 검푸른 색깔로 바뀌면서 지구에 흡수되는 태양에너지의 양이 늘어납니다.

바다는 더 따뜻해지고 빙하가 녹는 속도는 더 빨라집니다.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증발하는 수증기량도 늘어나는데 수증기도 이산화탄소처럼 지구를 따뜻하게 하는 온실가스 역할을 합니다. 이런 악순환을 거치면서 지구 온도의 상승속도는 점점 빨라집니다.

왜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 폭우, 가뭄 등의 기상이변이 잦아지는 걸까요? 지구가 따뜻해지면 육지와 바다에서는 예년에 비해 더 많은 증발이 일어납니다. 증발이 늘어난 토양은 건조해져 가뭄에 시달리지만 대기 중에는 수증기가 많아집니다.

대기 중에는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은 수증기를 가진 구름이 만들어지고 구름이 비를 만들게 되면 극단적으로 쏟아 붓는 강우형태가 나타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구가 따뜻해지면 어떤 지역은 가뭄이 계속되고 어떤 지역은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집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하루 동안 1년 치 강수량의 3분의 2가 쏟아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궜던 2002년의 8월 마지막 날, 강원도 강릉에는 하루 동안 870.5mm의 비가 내려 우리나라 1일 최대 강수량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비가 올 때는 극단적인 폭우로 침수가 일어나고 비가 그치고 나면 증발량 증가로 토양은 건조해지고 폭염이 빈발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기후변화로 기상이변이 빈번해지고 있지만 기후변화를 사기극이라고 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수십만 년 동안의 지구 평균온도 변화를 보면 몇 만 년 주기로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있기 때문에 현재의 지구 온도 변화도 단지 상승주기에 있을 뿐이라는 주장입니다.

지난 80만년 동안의 남극 이산화탄소 농도(파란선)와 온도(빨간선) 변화를 보면 비슷한 경향을 나타낸다. (이미지=워싱턴대 환경대학)


지구의 온도 변화만 보면 그렇게 주장할 수도 있지만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변화와 비교해 보면 설득력을 잃게 됩니다. 남극의 고대 얼음에서 분석한 수십만 년 동안의 지구 온도와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보면 이 둘은 마치 쌍둥이처럼 비슷한 형태를 나타냅니다.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온도가 높아지고 이산화탄소가 감소하면 온도도 낮아집니다. 지구 평균온도가 이산화탄소 농도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명백해졌습니다. 그리고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을 계기로 전례 없이 증가해 최근에는 지구 역사 450만년에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30년 지기 친구가 갑자기 성격이 괴팍해져 나에게 감당하기 힘든 돌출행동을 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사람이라면 만나지 않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우리에게 그런 선택지는 없습니다. 친구가 나에게 왜 그러는지 이유를 찾아 해결하는 것이 당연한 해법 수순이지만 당장 급하게 해야 할 일은 그 돌출행동에 대한 피해를 줄이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으로 2030년,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정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지구의 온도상승을 막는 대책은 원인을 치료하는 좋은 처방임에는 분명하지만 약효가 나타나기까지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올 여름 우리가 겪을 기상이변에는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탄소중립이라는 먼 미래도 중요하지만 기상이변이라는 가까운 미래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최종수 연구위원(박사·기술사)은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University of Utah Visiting Professor △국회물포럼 물순환위원회 위원 △환경부 자문위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자문위원 △대전광역시 물순환위원회 위원 △한국물환경학회 이사 △한국방재학회 이사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핫걸!
  • 한줌 허리
  • 시청역 역주행
  • 작별의 뽀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