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운명을 남에게 넘긴다.’ 네이버웹툰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관통하는 주제다. 이 웹툰은 전형적인 타임루프물이다. 다만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바꾸는 것이 아닌, 자신의 운명을 남에게 전가시켜 미래를 변화시킨다는 제약이 신선한 점이다. 즉, 내가 겪었던 잊고 싶었던 과거를 남이 겪어야 미래가 바뀐다는 의미. 상당히 체계적인 설정이다.
이 웹툰의 전개는 생각보다 천천히 진행된다. 빠른 ‘사이다 전개’와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그만큼, 독자들은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왜 주인공이 바보같이 소극적이었을까.’, ‘왜 저런 결정을 했을까’ 등 독자들로 하여금 주인공의 행동에 스며들게 해준다.
그러던 어느 날 지원은 병원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간 집에서 남편 ‘박민환’과 친구 수민의 불륜 현장을 목격한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와 남편이 외도했다는 사실에 지원은 분노하나, 민환에 의해 화장대에 머리를 부딪치며 결국 죽고 만다.
그렇게 죽었다고 생각한 순간, 지원은 기적처럼 민환과 결혼하기 직전인 10년 전 과거로 돌아오게 된다. 이어 일련의 사건을 통해 과거에 일어났던 일은 다른 이를 대신해서라도 반드시 일어남을 깨닫는다. 이에 지원은 민환과 수민의 행복을 빼앗아 자신이 겪었던 고통스러운 미래를 바꾸기로 결심한다.
스토리성도 좋지만 중간 중간 로맨스도 곁들여져 있어 흐름을 잘 가져가는 느낌이다. 완급조절이 부드러워 독자들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끔 한다. 더불어 2009년이 배경이어서 과거 유행을 되돌아보는 재미도 있다.
웹툰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현재 프랑스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중국어 등의 언어로 전 세계에 연재 중이다. 특히 연초 태국어, 인도네시아어로 공개된 후 각각 주간 매출 1위를 차지하는 등 이목을 모았다.